11월 미국 시장, 아이오닉·EV6 판매량 반토막... 위기 맞은 현대차·기아의 전동화 전략
전기차 빈자리 채운 건 따로 있었다... 투싼·싼타페·쏘렌토 하이브리드 역대급 실적

싼타페 하이브리드 - 출처 : 현대USA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 11월 미국 시장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하며 위기론이 불거졌지만, 그 빈자리를 하이브리드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훌륭하게 메우며 연간 최다 판매 기록 경신에 청신호를 켰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11월 한 달간 미국에서 총 7만 4289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특정 차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전년 대비 무려 42% 급증하며 역대 최고 월간 판매 기록을 세운 것이다.

반면, 전동화 전략의 첨병 역할을 하던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의 판매량은 각각 59%, 56% 급감하며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 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전기차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 주력 SUV 라인업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체 판매량 감소 폭을 방어했다. 그 결과 현대차의 올해 1~11월 누적 판매는 82만 대를 돌파, 5년 연속 연간 최다 실적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 출처 : 기아USA


SUV 앞세운 기아 역대 최고 실적



기아의 상황은 더욱 긍정적이다. 기아는 11월 미국 시장에서 7만 2002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3% 증가했다. 이는 브랜드 역사상 최고의 11월 판매 기록이다.

기아의 성장을 이끈 것 역시 SUV다. 스포티지가 12%, 셀토스는 23%, 카니발은 49% 판매량이 늘었다. 주력 대형 SUV인 텔루라이드는 판매량이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월 1만 대 이상 팔리며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기아 역시 EV9과 EV6 등 전기차 판매는 큰 폭으로 줄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HEV)를 포함한 전체 전동화 라인업의 누적 판매는 25% 증가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이에 힘입어 기아의 1~11월 누적 판매는 77만 7000여 대로, 3년 연속 연간 최다 판매 기록 갱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아이오닉 5 - 출처 : 현대USA


전기차 둔화 하이브리드가 대안



현대차와 기아의 11월 실적은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의 단면을 명확히 보여준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 높은 가격, 보조금 축소 등의 문제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반면, 내연기관과 전동화의 장점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차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전기차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검증된 연비와 친환경성을 갖춘 하이브리드차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현대차·기아가 일찍부터 하이브리드와 SUV 라인업을 강화한 전략이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싼타페 하이브리드 - 출처 : 현대USA


이러한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현대차는 5년, 기아는 3년 연속으로 미국 시장에서 연간 최다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둔화라는 도전 과제 속에서 하이브리드와 SUV라는 확실한 카드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셈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