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전기 SUV의 역습, 900V 플랫폼과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시장 공략
출시 4개월 만에 4만대 판매 신화... 하지만 최근 주춤세, 이유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 파격적인 ‘배터리 구독’ 모델을 앞세운 대형 SUV가 등장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니오의 서브 브랜드 온보(Onvo)가 출시한 L90 모델이다. 이 차량은 배터리를 제외하고 구매할 경우 차량 가격이 2천만원 이상 저렴해지는 혁신적인 가격 정책으로 출시 4개월 만에 4만 대 이상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온보 L90은 지난 7월 말 공식 출시된 이후 기록적인 속도로 판매량을 늘려왔다. 특히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간 3만 3294대가 팔리며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 이는 ‘풀사이즈 전기 SUV’라는 특정 세그먼트에서 유례없는 성장세로, 중국 전기차 시장의 소비 트렌드가 기존 중소형에서 대형 SUV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가족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다
니오는 L90을 ‘가족형 SUV의 새로운 기준’으로 내세우며 30~40대 패밀리 고객층을 집중 공략했다. 이 전략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L90은 전장 5145mm, 휠베이스 3110mm의 넉넉한 차체를 바탕으로 광활한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여기에 6인승(2+2+2)과 7인승(2+3+2) 두 가지 시트 구성을 제공해 사용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단순히 크기만 키운 것이 아니다. 가족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편의 사양이 대거 탑재됐다. 8.86L 용량의 차량용 냉장고와 17.3인치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스크린, 23개 스피커 사운드 시스템은 장거리 이동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또한 2, 3열 시트를 접으면 완벽한 평면 공간이 만들어져 차박이나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에도 최적화된 모습을 보인다. 430L의 트렁크와 240L의 프렁크(프론트 트렁크)를 더해 수납 능력도 극대화했다.
최첨단 기술과 파격적 가격의 만남
L90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배터리 구독 서비스(BaaS, Battery as a Service)’다. 차량 정가는 26만 5800위안(약 5000만원)부터 시작하지만, BaaS를 선택하면 차량 가격이 17만 9800위안(약 3400만원)까지 떨어진다. 초기 구매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다.
대신 소비자는 월 899위안(약 17만원)의 배터리 구독료를 내면 된다. 이는 높은 가격 때문에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가격만 저렴한 것이 아니다. L90은 900V 초급속 충전 플랫폼을 기반으로 85kWh 배터리를 탑재했다.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2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후륜구동(RWD) 모델 기준 605km(CLTC 기준)에 달한다. 여기에 니오의 강점인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까지 이용할 수 있어 충전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 성능 또한 후륜 모델이 340kW(약 456마력), 사륜구동(AWD) 모델은 440kW(약 590마력)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성공 신화의 그늘 판매량 주춤
기록적인 판매 행진을 이어가던 L90이지만, 최근 기세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11월 초부터 약 한 달간 출고량은 6700여 대로, 이전 월 1만 대 이상 팔리던 페이스에서 다소 후퇴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경쟁 심화를 첫 번째 원인으로 꼽는다. 리샹 L7·L8 등 경쟁 대형 전기 SUV들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치면서 L90의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 내 소비 심리 위축과 연말 보조금 변동을 고려한 대기 수요 발생 등도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니오는 이에 대응해 ‘블랙 나이트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판촉 활동을 강화하며 다시 판매 모멘텀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