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도 거뜬히 오르는 괴물같은 안정성… 극한 지형 주파하는 차세대 로봇 플랫폼 등장
물류 배송부터 방송 촬영까지, 2025년 상반기 판매 돌입… 테슬라 봇과 정면승부 예고

모베드 - 출처 :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이 ‘우리는 이제 로봇 기업’이라는 선언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5 국제로봇전시회(IREX 2025)’에서 차세대 소형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의 양산형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본격적인 로봇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 2022년 CES에서 콘셉트 모델로 처음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모베드는 약 3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실제 산업 현장에서 즉시 투입 가능한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전시회에서 모베드의 실물을 공개하고,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 시나리오를 시연하며 전 세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계단도 오르내리는 놀라운 안정성의 비밀



모베드 - 출처 : 현대자동차


모베드의 가장 큰 특징은 압도적인 주행 안정성이다. 이는 4개의 바퀴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독립 구동 휠’과 ‘편심(Eccentric) 자세 제어 시스템’이 결합된 독자적인 DnL(Drive and Lift) 기술 덕분이다.

각 바퀴에는 구동, 조향, 자세 제어를 담당하는 3개의 모터가 탑재되어 있다. 이를 통해 차체를 원하는 각도로 자유롭게 기울일 수 있어 울퉁불퉁한 노면이나 경사로에서도 플랫폼 상단의 수평을 완벽하게 유지한다. 최대 20cm 높이의 연석이나 계단 같은 장애물도 안정적으로 통과하는 모습은 기존의 바퀴 달린 로봇들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을 보여준다.

또한 상단에 위치한 마운팅 레일은 개방형 구조로 설계되어 사용 목적에 따라 선반, 카메라, 로봇팔 등 다양한 장비를 손쉽게 결합할 수 있어 무한한 확장성을 자랑한다.

개발자용부터 산업용까지 맞춤형 라인업



모베드 - 출처 : 현대자동차


양산형 모베드는 ‘베이직’과 ‘프로’ 두 가지 라인업으로 출시된다. 베이직 모델은 로봇 관련 연구기관이나 개발자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다양한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실험하고 테스트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반면 프로 모델은 라이다(LiDAR)와 카메라 센서를 기반으로 한 센서 퓨전 기술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탑재되어 실내외 자율주행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한다. 복잡한 설정 없이도 물류 창고에서의 상품 배송, 시설 순찰, 방송 촬영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이 가능하다. 조작 또한 3D 그래픽 기반의 터치 컨트롤러를 통해 직관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로봇 비전문가도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25년 상반기 판매, 산업 현장 바꾼다



모베드 - 출처 : 현대자동차


이번 전시회에서 현대차·기아는 연석, 경사로, 방지턱 등 다양한 지형을 재현한 공간에서 모베드가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직접 시연했다. 너비 74cm, 길이 115cm의 콤팩트한 크기에 최대 10km/h의 속도로 움직이며, 1회 충전으로 4시간 동안 최대 57kg의 적재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특히 ▲로딩·언로딩 ▲딜리버리 ▲골프 ▲브로드캐스팅 등 6가지 콘셉트 모델을 함께 공개하며 모베드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얼마나 다재다능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현대차·기아는 2025년 상반기부터 모베드의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며, 로보틱스랩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이후 로보틱스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테슬라가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에 집중하는 동안, 현대차는 모베드와 같은 실용적인 플랫폼 로봇으로 특정 산업 시장을 먼저 장악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