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아웃랜더 PHEV와 같은 심장, 하지만 속내는 전혀 다른 ‘이 차’
전기차 주춤한 사이 틈새 파고든다... 현대기아 긴장시킬 가격 경쟁력 갖출까
닛산이 브랜드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SUV ‘로그(Rogue) PHEV’를 공개하며 북미 전동화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 다시금 주목받는 PHEV 시장을 정조준한 이번 신차는 현대·기아를 포함한 경쟁사들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이번에 공개된 2026년형 로그 PHEV는 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협력 관계가 낳은 결과물이다. 미쓰비시의 인기 모델인 아웃랜더 PHEV의 파워트레인과 CMF-CD 플랫폼을 공유해 개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아웃랜더 기반이지만 전략은 다르다
로그 PHEV는 2.4리터 가솔린 엔진과 2개의 전기 모터, 20kWh 용량의 배터리를 조합해 시스템 총출력 248마력을 발휘한다. 순수 전기만으로는 최대 61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완전 충전 및 주유 시 총주행거리는 약 676km에 달한다. 이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아웃랜더 PHEV와 동일한 성능이다.
하지만 닛산은 충전 방식에서 과감한 차별화를 꾀했다. 아웃랜더 PHEV에 있던 ‘차데모’ 방식의 급속 충전 기능을 삭제한 것이다. 대신 AC 레벨2(완충 약 7.5시간)와 레벨1(완충 약 16시간) 충전만 지원하도록 단순화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 내에서 영향력을 잃은 차데모 인프라를 고려한 현실적인 판단이다. PHEV 운전자들의 실제 충전 패턴을 분석해 불필요한 기능을 덜어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닮은 듯 다른 외관, 패밀리카 시장 정조준
외관 디자인은 전체적인 실루엣과 비율 면에서 아웃랜더와 유사하지만, 닛산 고유의 디자인 언어인 ‘V-모션’ 그릴을 전면에 내세워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범퍼 인서트, 블랙 톤 미러, 20인치 휠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를 두어 닛산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실내에서 가장 큰 특징은 전 모델을 3열 SUV 구성으로 고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북미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패밀리카 시장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9인치 터치스크린, 파노라마 선루프, 퀼팅 가죽 시트 등 아웃랜더에서 호평받은 고급 사양들은 그대로 가져와 상품성을 높였다. 최상위 트림인 플래티넘에는 보스 오디오 시스템과 고급 마감재를 추가해 프리미엄 감성을 더했다.
닛산 미쓰비시 동맹, 시장 판도 흔들까
로그 PHEV의 등장은 닛산과 미쓰비시 얼라이언스가 기술 공유를 통해 시장 변화에 얼마나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사례다. 닛산은 로그 PHEV에 이어 e-파워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며, 미쓰비시는 반대로 닛산의 전기차 리프를 기반으로 한 신차를 북미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양사가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 전동화 전환 비용 부담은 줄이고 라인업은 효율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관건은 가격이다. 현재 아웃랜더 PHEV의 미국 시장 판매 가격이 약 4만 5천 달러(약 6250만 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로그 PHEV는 이와 비슷하거나 소폭 낮은 가격대로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다면 북미 PHEV 시장에서 현대 싼타페, 기아 쏘렌토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