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베스트셀러 RAV4 기반, 그러나 완전히 다른 중국 전용 모델 ‘와일드랜더’ 등장
237마력 하이브리드 탑재하고도 3천만원대 시작, 현대차·기아 초긴장
토요타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중형 SUV ‘와일드랜더’의 신형 모델을 공개하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인 RAV4를 기반으로 하지만, 디자인부터 사양, 가격까지 모든 것을 중국 시장에 맞춰 재설계한 전략 모델이다.
특히 토요타는 중국 내 합작사인 FAW 토요타와 GAC 토요타를 통해 각각 RAV4와 와일드랜더를 판매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면서도 성격이 다른 두 모델을 통해 촘촘하게 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다. 이번에 공개된 신형 와일드랜더는 2019년 첫 출시 이후 약 4년 만에 선보이는 완전 변경 모델로,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RAV4와 다른 길 걷는 와일드랜더
와일드랜더는 RAV4와 전체적인 비율은 유사하지만, 추구하는 방향은 확연히 다르다. RAV4가 북미 시장을 겨냥한 오프로드 감성을 강조했다면, 와일드랜더는 철저히 도심형 스타일에 초점을 맞췄다. 허니콤 패턴의 그릴과 날렵한 해머헤드 디자인의 헤드램프가 조화를 이루며 세련된 이미지를 완성했다. 전장 또한 RAV4보다 20mm 짧게 설계해 도시에 더 친화적인 비율을 구현했다.
실내는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했다. 기본 모델부터 14인치 대형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상위 트림에는 무려 15.6인치에 달하는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이는 글로벌 사양의 RAV4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우위다. 이 외에도 얼굴 인식 기능, 64색 앰비언트 라이트, 360도 서라운드 뷰 카메라 등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첨단 편의 사양을 대거 탑재해 상품성을 극대화했다.
2.0 가솔린부터 237마력 하이브리드까지
신형 와일드랜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파워트레인 구성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것과 달리, 여전히 내연기관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중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2.0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기본으로 유지했다.
여기에 시스템 총 출력 196마력을 발휘하는 2.0리터 하이브리드 모델과, 최고출력 237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2.5리터 기반 사륜구동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추가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성능과 효율을 모두 만족시키는 라인업을 통해 다양한 수요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글로벌 RAV4와도 차별화되는 와일드랜더만의 독자적인 구성이다.
3천만원대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가격이다. 신형 와일드랜더의 시작 가격은 16만 9800위안, 한화로 약 3,520만 원부터 시작한다. 최고 사양 모델의 가격 역시 4,790만 원 수준으로, 국산 중형 SUV인 싼타페, 쏘렌토의 하이브리드 모델과 직접적인 경쟁이 가능한 가격대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RAV4 하이브리드의 시작 가격이 약 4,680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더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용 대형 디스플레이와 고급 편의 사양, 237마력의 강력한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갖춰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토요타의 이러한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현지화 전략은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와의 경쟁 구도를 더욱 심화시키며 국내 기업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