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EV6 긴장해”... 11월 수입차 판매 5위, 돌풍 일으킨 주인공의 정체
‘저가 공세’는 옛말, 기술력과 체험 마케팅으로 ‘중국산 편견’ 제대로 깼다
“중국 자동차는 안 탄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지난 11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가 1,164대를 판매하며 단숨에 수입차 브랜드 순위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볼보의 뒤를 잇는 기록이다. 국내 진출 11개월 만에 쉐보레와 렉서스 같은 쟁쟁한 브랜드를 밀어냈다는 사실은 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특히 전월 대비 41.3%나 급증한 판매량은 단순한 신차 효과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굳건했던 ‘중국차 편견’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다.
돌풍의 핵 씨라이언 7 압도적 상품성
BYD의 경이로운 성장을 이끈 주역은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 7’이다. 11월 한 달에만 680대가 팔려나가며 BYD 전체 판매량의 58%를 책임졌다. 소형 SUV ‘아토 3’가 444대, 중형 세단 ‘씰’이 40대로 뒤를 이었다.
씨라이언 7은 출시 초기부터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4,49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표를 달고 나왔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전장 4,830mm, 휠베이스 2,930mm의 넉넉한 차체 크기에 파노라믹 루프, 15.6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등 고급 사양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이는 직접적인 경쟁 상대로 꼽히는 테슬라 모델 Y나 기아 EV6를 위협하기에 충분한 상품성이다. 전기차 보조금까지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4,310만 원 수준으로 떨어져 ‘가성비’ 측면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격, 크기, 사양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며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가격 뒤에 숨은 진짜 무기 기술력
BYD의 성공을 단순히 ‘저가 공세’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핵심 경쟁력은 배터리부터 핵심 부품까지 자체 개발하고 생산하는 ‘수직통합’ 방식에서 나온다. 이를 통해 제품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BYD가 자랑하는 ‘블레이드 배터리’는 안정성과 효율성 면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셀투바디(Cell to Body) 구조와 e-플랫폼 3.0 기술을 적용해 넓은 실내 공간까지 확보했다.
중국의 대규모 생산 시설과 한국과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물류비 절감 역시 강력한 무기다. 이처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원가 절감이 지금의 압도적인 상품성을 완성한 것이다.
편견의 벽을 허문 체험 마케팅
BYD는 제품력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중국차’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12월 기준 전국에 27개의 전시장과 16개의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이를 각각 30개와 25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경기 파주 스타필드에 대형 전시장을 열고, 럭셔리 모델 ‘양왕 U9’까지 전시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일상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BYD 차량을 보고 만져볼 수 있게 한 체험 중심의 접근 방식이 신뢰를 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BYD는 내년 소형 전기차 ‘돌핀’과 SUV ‘한’을 추가로 선보이며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국산 전기차와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