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2026년형 신형 CLA에 중국 지리 합작 1.5 하이브리드 엔진 탑재
내연기관마저 中 생산…프리미엄 정체성 논란 속 성능·효율은?
메르세데스-벤츠가 2026년형 CLA 220 하이브리드 세단의 심장으로 중국 지리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1.5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M252)을 얹는다고 밝혔다. 해당 엔진은 중국에서 생산되어 벤츠의 차세대 모듈형 엔진 패밀리(FAME) 라인업에 포함된다.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독일 명차’의 상징인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을 중국에서 생산·조달한다는 소식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지리와 손잡은 벤츠의 속사정
이번에 공개된 M252 엔진은 단순한 협업을 넘어 벤츠의 기술력이 깊숙이 관여했다. 밀러 사이클 기술과 실린더 헤드 일체형 배기 매니폴드를 적용해 터보 랙을 줄이고 촉매 예열 시간을 단축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엔진 자체만으로 최고출력 188마력을 발휘하면서도 연료 소비와 배출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이 전동화 전환 시기에 막대한 투자 비용을 줄이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벤츠의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한다. 지리의 생산 능력과 벤츠의 기술력이 결합된 사례인 셈이다.
강력해진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2026년형 CLA 220에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돼 효율을 극대화했다. 8단 eDCT 변속기 내부에 통합된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30마력, 최대토크 200Nm의 힘을 보태며, 1.3kWh 소형 배터리와 연동된다.
이 시스템 덕분에 출력 요구가 27마력 이하일 경우 순수 전기 모드로 주행이 가능하며, 최대 시속 97km까지 엔진 가동 없이 미끄러지듯 달리는 코스팅 주행을 지원한다. 또한 8단 전 영역에서 작동하는 회생 제동 시스템은 최대 25kW의 에너지를 회수해 연비 효율을 크게 높였다.
성능과 정숙성 모두 잡았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합산한 시스템 총출력은 208마력, 최대토크는 380Nm에 달한다. 공차중량 약 1,630kg의 CLA 220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1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210km/h에서 전자적으로 제한된다. 일상 주행은 물론 역동적인 주행 환경에서도 부족함 없는 성능을 제공한다.
벤츠는 정숙성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중 구조의 차음 패널을 사용하고 A필러와 바닥까지 흡음재 적용 범위를 넓혀 고속 주행 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프리미엄 정체성 논란 넘을까
실내에는 4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차세대 MB.OS 운영체제가 탑재된다. 특히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기술을 접목해 음성 인식과 경로 안내 기능이 대폭 향상됐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MBUX 슈퍼스크린은 3개의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통합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벤츠와 지리의 협업으로 탄생한 2026년형 CLA 220은 전동화 효율과 디지털 경험을 강화한 전략 모델이다. 하지만 ‘중국산 엔진을 탑재한 벤츠’라는 꼬리표가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성능과 효율, 가격 경쟁력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정체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