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지급 SUV가 100km당 3.83리터? 믿기지 않는 연비의 비밀
테스트 트랙 아닌 실제 도로에서 세운 기록, 그 비결은 지리의 EM-i 하이브리드 시스템
중국 지리(Geely) 자동차가 스포티지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SUV로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연비 기록을 세웠다. 무려 리터당 26km에 달하는 효율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며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번 기록은 단순한 실험실 수치가 아닌, 실제 도로 주행을 통해 달성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통제된 시험 아닌 실제 도로에서 증명
이번 기록의 주인공은 지리의 글로벌 전략형 SUV ‘스타레이 EM-i(Starray EM-i)’다. 스타레이 EM-i는 호주 멜버른에서 시드니까지 이어지는 해안 루트 1,056km를 주행하며 100km당 3.83리터, 즉 리터당 약 26.1km라는 경이로운 연비를 기록했다.
이번 도전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가혹한 시험 환경 때문이다.
시드니-멜버른 해안 루트는 국립공원, 해안도로, 급경사 구간, 고속도로, 도심 정체 구간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호주의 대표적인 장거리 코스다. 평탄하게 닦인 테스트 트랙이 아닌, 일반 운전자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변수가 포함된 것이다. 여기에 초여름의 높은 기온, 예측 불가능한 바람, 교통 혼잡까지 더해졌음에도 스타레이 EM-i는 안정적인 효율을 유지하며 자사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기술력을 증명해냈다.
괴물 연비의 핵심 EM-i 하이브리드 시스템
스타레이 EM-i의 압도적인 연비는 지리가 독자 개발한 ‘EM-i’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이다. 1.5리터 가솔린 엔진과 29.8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결합한 이 시스템은 전기와 내연기관의 동력을 상황에 맞게 최적으로 배분하고 전환하는 정교한 제어 기술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정체 구간에서는 전기 모드를 중심으로 주행해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원천 차단했다. 반면, 힘이 필요한 오르막 구간이나 고속 주행 시에는 엔진과 전기 모터가 가장 효율적인 영역에서 함께 구동했다.
특히 내리막길에서는 회생제동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버려지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다시 충전하며 전체 주행 효율을 극대화했다.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 정조준
지리자동차연구원의 한 에너지 제어 부문 책임자는 “이번 기록은 단일 기술이 아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실시간으로 최적의 판단을 내린 결과”라며 “하이브리드 기술이 여전히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실제로 스타레이 EM-i는 2025년 11월을 기준으로 글로벌 누적 판매 11만 4천 대를 돌파하는 등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호주 등 주요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번 기네스 기록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지리가 글로벌 하이브리드 시장의 기술 기반 경쟁자로 완전히 자리매김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론이 대두되는 현시점에서, 뛰어난 하이브리드 기술의 전략적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