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5, 2026년 하반기 페이스리프트 모델 투입 예고
성능, 디자인 대대적 수술...테슬라 모델 Y와 중국 전기차 공세 막아낼까
기아의 야심작 전기 SUV, EV5가 출시된 지 불과 몇 달 만에 조기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소식이 전해져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호주 자동차 매체에 따르면, 기아는 2026년 하반기 EV5의 부분변경 모델을 현지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모델 출시 후 약 2년 만에 상품성 개선에 나서는 것으로, 통상적인 자동차 업계의 상품 주기보다 상당히 빠른 행보다.
특히 국내 시장 기준으로는 더욱 파격적인 일정이다. EV5는 중국 시장에 2023년 말 먼저 공개된 후, 국내에는 지난 9월에야 공식 출시됐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제 막 도로에서 보이기 시작한 신차가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아 구형 모델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기아가 서둘러 EV5의 개선 모델을 준비하는 배경에는 치열해진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등판 왜
EV5는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모델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강력한 경쟁자인 테슬라 모델 Y가 굳건히 버티고 있는 데다, BYD 씨라이언 7 등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 SUV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사전 계약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고전하는 모양새다.
특히 주행 성능과 충전 속도에서 뚜렷한 약점을 보였다. 실제 해외 매체들의 주행 테스트 결과, EV5 상위 트림은 테슬라 모델 Y 듀얼모터 모델보다 충전 속도가 현저히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롱레인지 모델 기준으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급속 충전하는 데 38분이 소요되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전기차 구매 시 충전 편의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최근 트렌드를 고려하면 시급한 개선 과제다.
디자인과 기술 모두 바꾼다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기아는 디자인과 기술 양면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꾀할 전망이다. 롤랜드 리베로 기아 호주 상품기획 총괄은 “외관 변화는 물론 기술적인 개선이 함께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히며, 단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업데이트를 넘어 차량의 근본적인 하드웨어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관은 최근 공개된 EV4 콘셉트카나 EV6 페이스리프트 모델처럼 최신 기아 전기차의 디자인 언어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세로형 헤드램프 디자인을 다듬고, 전후면 범퍼와 휠 디자인에 변화를 주어 한층 더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실내 역시 기존의 12.3인치 듀얼 디스플레이에서 벗어나, 앞서 ‘EV5 위켄더 콘셉트’에서 선보였던 와이드 단일 디스플레이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쟁력 회복의 분수령 될까
결국 EV5 페이스리프트의 성공 여부는 소비자들이 가장 아쉬워했던 ‘성능 개선’에 달렸다. 경쟁 모델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충전 속도 개선과 전비(전기차 연비)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디자인 변화만으로는 싸늘하게 식은 시장의 반응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 A씨는 “EV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지면서 소비자들은 더욱 깐깐하게 제품을 평가하고 있다”며 “이번 EV5의 조기 페이스리프트는 기아가 현재 시장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며,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절박한 승부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의 파상공세 속에서 기아 EV5가 성공적인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