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액티언, 역대급 디자인에도 계약서 앞에서 망설이는 이유
시대에 뒤처진 기술력과 중고차 가치 하락 우려… ‘예쁜 쓰레기’ 될까

액티언 / KGM


KGM이 토레스와 액티언을 앞세워 화려하게 부활하는 듯했다. 정통 SUV의 강인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KGM이 달라졌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하지만 뜨거운 관심이 실제 판매량으로 온전히 이어지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디자인에 이끌려 전시장을 찾았던 소비자들이 최종 계약서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겉모습과 다른 속사정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겉모습과 다른 ‘속’에 있다. 경쟁사들이 앞다퉈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선보이고 최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을 탑재하는 동안, KGM은 다소 익숙하지만 시대에 뒤처진 기술력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자인에서 받은 강렬한 첫인상은 시승과 제원 비교를 거치며 희미해진다. 소비자들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수천만 원을 지불하기에는 시장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다.

토레스 EVX / KGM


하이브리드 부재의 치명타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은 하이브리드가 대세다. 고유가 시대에 연비는 차량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이 됐고, 특히 패밀리 SUV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는 더욱 민감한 문제다. 르노코리아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전면에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KGM은 이 흐름에 제대로 대응할 카드가 부족했다. 디자인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졌음에도 시장의 핵심 트렌드를 놓치면서 점유율 하락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3년 뒤 내 차 값은 얼마일까



KR10 / KGM


신차 구매 시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중고차 가치’다. 차량을 되팔 때 얼마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KGM은 역대 최저 수준의 브랜드 점유율과 서비스 네트워크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잔존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금은 돋보이지만 3년 뒤에도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의문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드는 것이다.

KGM 역시 이 위기를 인지하고 KR10 등 후속 모델을 준비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신차 한두 개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조속히 확충하고, 구매 이후까지 책임지는 탄탄한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디자인이라는 ‘독이 든 성배’에 취해있을 시간이 KGM에게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 KGM


액티언 실내 / KGM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