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칸 전기차 전환은 실수” 포르쉐 CEO의 이례적인 공식 인정, 타이칸 판매량 급감이 결정타
2028년 이전 내연기관 SUV 재투입 공식화… 글로벌 자동차 업계 전동화 전략 ‘재검토’ 바람
스포츠카의 명가 포르쉐가 마칸을 전기차 전용 모델로 전환한 결정을 ‘실수’였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전동화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던 브랜드 중 하나였기에 이번 발표는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그룹 및 포르쉐 CEO는 최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칸을 전기차로만 출시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결정이 내려졌던 2019년 당시 데이터로는 합리적이었으나, 현재 시장 상황은 그때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예상 빗나간 전기차 수요와 타이칸 판매 부진
포르쉐의 전략 수정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올해 초 야심 차게 출시한 순수 전기차 마칸은 고급 전기차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 감소와 각국의 규제 변화라는 암초를 만났다.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포르쉐의 첫 순수 전기차였던 타이칸의 판매량 급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4년 타이칸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9%나 감소한 20,836대에 그쳤다. 포르쉐 측은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를 앞둔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명했지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반면, 같은 기간 내연기관 스포츠카인 718 박스터와 카이맨은 15% 증가한 23,670대가 팔리며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시장이 내연기관 모델에 보내는 꾸준한 신호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마칸 아닌 새로운 내연기관 SUV 온다
이에 따라 포르쉐는 2028년 이전에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콤팩트 SUV를 다시 선보일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이 새로운 SUV에 ‘마칸’이라는 이름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기차 마칸과는 완전히 별개의 모델로 선을 긋겠다는 의도다.
신형 내연기관 SUV는 카이엔보다 한 체급 아래에 위치하며, 폭스바겐 그룹의 새로운 ‘프리미엄 플랫폼 컴버스천(PPC)’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된다. 이 플랫폼은 내연기관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위해 설계됐다. 파워트레인으로는 2.0L 4기통 터보 및 3.0L V6 터보 가솔린 엔진 등이 거론된다.
전동화 속도 조절 나선 글로벌 자동차 업계
포르쉐의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포르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포드 등 전동화를 서두르던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최근 전기차 전환 계획을 재조정하고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2014년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80만 대 이상 팔리며 포르쉐의 핵심 수익원 역할을 했던 1세대 마칸의 성공 신화는 역설적으로 포르쉐가 전동화 전략의 ‘속도 조절’을 결심하게 만든 배경이 됐다. 시장의 현실을 받아들인 포르쉐의 유연한 전략 수정이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