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리그룹, 56.8% 폭풍 성장하며 테슬라 제치고 세계 2위 등극
현대차그룹은 판매량 늘었지만 7위로 하락…전기차 시장 경쟁 구도 격변
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 브랜드들이 판매량 상위권을 독식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불과 1년 만에 테슬라가 2위 자리를 내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그 주인공은 중국의 지리(Geely)그룹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 경쟁의 초점이 기술력에서 원가 경쟁력, 공급망 관리, 그리고 시장 대응 능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현대차그룹 역시 판매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순위가 하락하며 치열해진 경쟁 환경을 실감했다.
지리의 급부상, 중국 업체의 1·2위 체제 확립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집계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에서 중국의 BYD가 412만 대를 판매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2위 자리에서 나타났다. 지리그룹이 222만 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56.8%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 테슬라를 밀어내고 2위로 도약했다. 이로써 세계 전기차 시장 1, 2위는 모두 중국 기업이 차지하게 됐다.
지리의 이러한 급성장 배경에는 주력 모델 ‘스타위시(星愿)’의 성공과 영리한 브랜드 다각화 전략이 있다.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 하이브리드 중심의 ‘갤럭시(Galaxy)’,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링크앤코(LYNK & CO)’ 등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폭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테슬라와 현대차그룹의 엇갈린 희비
한때 전기차 시장의 아이콘이었던 테슬라는 163만 대 판매에 그치며 전년 대비 8.6% 역성장했다. 주력인 모델 3와 모델 Y의 판매 부진이 실적에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 특히 유럽과 중국 시장에서는 두 자릿수 판매 감소율을 기록했으며, 북미에서도 세액공제 혜택 축소로 수요가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 5와 EV3 등 신차를 앞세워 전년 대비 11.4% 증가한 61만 대를 판매하며 선방했다. 캐스퍼 EV와 크레타 일렉트릭 같은 소형 전략 모델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지리그룹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밀려 글로벌 순위는 6위에서 7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기존 주력 모델인 EV6와 EV9의 판매 둔화도 순위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경쟁의 축 이동, 원가와 공급망이 핵심
지역별로 보면, 중국은 1,380만 대의 전기차가 팔리며 전 세계 시장의 64.3%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위상을 보였다. 다만 극심한 가격 경쟁과 공급 과잉 우려로 성장 속도는 다소 둔화하는 모양새다. 반면 유럽 시장은 34.9% 성장하며 회복세를 보였고, 북미 시장은 보조금 축소와 높은 가격 부담으로 5.0% 감소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의 무게 중심이 기술력 과시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원가 구조와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앞으로는 누가 더 저렴하고 빠르게, 소비자가 원하는 차량을 공급할 수 있느냐가 시장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