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퀄컴과 손잡은 벤츠·폭스바겐, 테슬라 독주 막을까
AI가 통으로 처리하는 ‘엔드투엔드’ 방식이 대세… 현대차도 참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독주하던 테슬라를 견제하기 위해 전통의 강자들이 ‘연합 전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바로 반도체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처럼 독자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기술의 강자와 손을 잡고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테슬라 대항마, 벤츠와 폭스바겐의 선택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1분기, 미국 시장에 새로운 CLA 모델을 선보인다. 이 차량에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AI 모델인 ‘알파마요(AlphaMoyo)’가 브랜드 자체 운영체제 MB.OS와 결합하여 탑재된다. CES에서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던 알파마요가 실제 양산차에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폭스바겐그룹 역시 반도체 공룡 퀄컴과 장기 계약을 맺었다. 2027년부터 퀄컴의 자율주행 플랫폼 ‘스냅드래곤 라이드 엘리트’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는 이를 두고 테슬라의 아성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게임의 룰을 바꾸는 엔드투엔드
이들이 반도체 기업의 AI 모델과 컴퓨팅 플랫폼을 앞다투어 채택하는 이유는 자율주행 개발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 때문이다. 기존에는 수많은 주행 규칙을 하나하나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는 ‘규칙 기반’ 접근법이 일반적이었다. 이 방식은 개발 과정이 명확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반면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은 인간의 뇌처럼 작동한다. AI가 방대한 실제 주행 데이터를 학습해 인지, 판단, 제어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거대한 신경망으로 통합 처리한다. 테슬라가 FSD(완전자율주행) 버전12부터 이 방식을 본격화하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해왔다.
엔비디아의 ‘알파마요’와 퀄컴의 ‘스냅드래곤 라이드 엘리트’ 모두 이 엔드투엔드 방식에 속한다.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와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기 위해 검증된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선택한 것이다.
추격의 고삐 당기는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움직임도 발 빠르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며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블랙웰’ 5만 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는 물론 스마트팩토리, 로봇 분야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핵심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엔비디아에서 부사장을 역임하며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이끌었던 박민우 박사를 첨단차량플랫폼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하드웨어 확보와 조직 역량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며 엔드투엔드 방식으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역시 벤츠처럼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에 알파마요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간처럼 추론하는 능력을 갖춘 알파마요는 돌발 상황 대응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테슬라의 독주로 여겨졌던 자율주행 시장이 이제는 거대 연합군들의 치열한 각축전으로 재편되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