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판매량 10만 대 쏘렌토 vs 5만 대 싼타페, 희비 엇갈린 두 ‘아빠차’의 운명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가 독이 됐나... 반격 준비하는 싼타페의 다음 카드는?

싼타페 / 현대자동차


국내 중형 SUV 시장의 양대 산맥,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각각 완전변경,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이며 맞대결을 펼쳤지만, 성적표는 한쪽의 압승으로 기울었다. ‘아빠차’의 왕좌를 둘러싼 경쟁에서 무엇이 이토록 큰 차이를 만든 것일까.

판매량으로 드러난 극명한 차이



수치로 본 격차는 상당하다. 지난달 국내 승용차 판매량에서 쏘렌토는 8,976대로 1위를 차지했지만, 싼타페는 3,080대로 12위에 그쳤다. 이는 3개월 연속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아쉬운 성적이다.

연간 판매량을 보면 차이는 더욱 선명해진다. 쏘렌토는 2023년 한 해 동안 10만 대 판매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싼타페는 5만 7,889대를 파는 데 머물러, 두 모델 간 격차는 4만 대 이상 벌어졌다.

쏘렌토 / 기아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쏘렌토의 우세



최근 자동차 시장의 대세인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차는 쏘렌토(6만 9,862대)였다. 싼타페 하이브리드(4만 3,064대) 역시 준수한 성적이지만, 쏘렌토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연비와 유지비를 중시하는 중형 SUV 소비자들이 쏘렌토 하이브리드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두 모델이 같은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 선택이 다른 곳에서 갈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디자인이 가른 운명



싼타페 / 현대자동차


업계와 소비자들은 판매량 차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디자인’을 꼽는다. 5세대 싼타페는 과거 갤로퍼의 유산을 잇는 듯한 각진 실루엣과 H 형상의 램프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지만, 곧이어 후면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쏟아졌다.

테일램프 위치가 너무 낮고 후면 상단부가 밋밋해 보인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넓은 공간과 아웃도어 활동을 강조한 ‘테라스’ 콘셉트의 독특함이 오히려 대중적인 공감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균형미와 안정감을 택한 쏘렌토



반면 쏘렌토는 부분변경을 통해 기존의 장점을 더욱 다듬는 안정적인 길을 택했다.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 세로형 헤드램프와 날렵한 실루엣은 익숙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준다. 특별히 모난 곳 없는 균형 잡힌 디자인이 폭넓은 연령대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다.

강렬한 개성보다는 대중적인 SUV의 전형을 따르면서 완성도를 높인 전략이 시장에서 제대로 통했다는 평가다. 결국 ‘무난함의 힘’이 쏘렌토를 왕좌에 앉힌 셈이다.

쏘렌토·싼타페 / 기아·현대자동차


반격 준비하는 싼타페, 판 뒤집을까



물론 싼타페의 도전이 이대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상품성 개선 모델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주행거리를 대폭 늘린 전기차(EREV) 모델 도입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반전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디자인 논란을 잠재울 만큼 강력한 상품성과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더해진다면, 중형 SUV 시장의 판도는 다시 한번 요동칠 수 있다. ‘국민 아빠차’ 타이틀을 건 두 라이벌의 경쟁 2라운드가 곧 시작될 전망이다.

쏘렌토 / 기아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