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만 대 판매 신화, 도로 위에서 흔히 보여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는 비결
3.5 터보 엔진의 압도적인 정숙성과 승차감,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
국산 SUV 시장에서 연간 3만 대 이상 판매되는 모델은 손에 꼽는다. 제네시스 GV80은 지난해 3만2397대가 출고되며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이는 현대차 전체 SUV 내수 판매량의 10%에 달하는 결코 가볍지 않은 수치다.
통상 ‘럭셔리’는 희소성과 연결되지만, GV80은 많이 팔리면서도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는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대형 SUV임에도 실제 마주한 차체는 위압적이기보다 안정적인 인상을 준다.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시원하게 트인 공간감이 먼저 운전자를 반긴다.
운전석을 다소 앞으로 당겨 앉아도 2열 무릎 공간은 여유가 넘친다. 패밀리 SUV로서의 활용성을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
하이브리드가 부럽지 않은 정숙성
시승차의 심장은 3.5리터 터보 엔진이다. 배기량만 들으면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낼 듯하지만, 막상 시동을 걸면 실내는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다. 예열 전 냉간 시동 상태에서도 차체로 전해지는 떨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주행 중 엔진 회전수를 2000rpm 근처까지 올려도 실내는 고요함을 유지한다. 고급 SUV에 기대하는 정숙성을 완벽하게 만족시킨다. 특히 영하 8도의 추운 새벽, 시동 후 1분 만에 냉각수 온도가 절반 가까이 상승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예열 시간을 단축해 효율을 높이려는 세심한 세팅이 돋보인다.
승차감은 노면의 정보를 완전히 차단하기보다 부드럽게 걸러내는 쪽에 가깝다. 높고 날카로운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큰 충격 없이 한두 번의 움직임으로 자세를 가다듬는다.
눈과 손이 즐거운 실내 공간
실내는 손길이 닿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고급스러운 질감이 느껴진다. 천장과 A필러를 감싼 스웨이드 마감은 부드러운 촉감으로 만족감을 더한다. 운전대는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일품으로, 주행 내내 안정감을 준다.
계기판과 센터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이은 27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는 압도적인 시각적 개방감을 자랑한다. 여기에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이 더해져, 지루한 정체 구간마저 풍성한 음악 감상 공간으로 바꾼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조작계다. 터치스크린이 기본인 환경에서 기어 노브 근처의 통합 컨트롤러는 사용 빈도가 높지 않았다. 기어 노브와 형태가 비슷해 순간적으로 혼동할 여지도 있어, 전반적인 높은 완성도를 고려하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연비 그리고 남겨진 과제
2톤이 넘는 거구를 이끌기엔 가속 반응은 충분히 경쾌하다. 하지만 최근 경험한 하이브리드 SUV와 비교하면 출발 순간의 즉각적인 반응은 다소 차분하게 느껴진다. 이는 전기모터가 초반 가속을 담당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특성 때문이지, 절대적인 성능 부족은 아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역시 효율이다. 공인 복합 연비는 리터당 7km대 후반. 물론 실제 주행에서는 10km/L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차량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생각하면 연비는 분명 약점이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제네시스가 곧 선보일 하이브리드 모델로 쏠린다. 과연 어느 정도의 성능과 연비 개선을 이뤄낼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GV80은 판매량으로 대중성을 입증했지만, 그 속에서도 고급 SUV의 가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희소성이 아닌 완성도와 상품성으로 고급 이미지를 구축한 영리한 모델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