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춤하는 사이, 하이브리드로 미국 시장 장악한 현대차
투싼 HEV 23만대 판매 돌파하며 ‘절대 강자’ 토요타 맹추격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탄력적인 전동화 전략, 현지 생산을 통한 공급 안정화, 그리고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꿰뚫은 제품 경쟁력이 성공의 핵심으로 꼽힌다. 과연 현대차는 어떻게 ‘없어서 못 판다’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됐을까?
투싼의 역전극, 아이오닉5 넘었다
현대차의 미국 친환경차 누적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어섰다. 2011년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처음 선보인 지 15년 만의 쾌거다. 놀라운 점은 이 대기록의 중심에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차가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투싼 하이브리드로, 5년간 23만 3793대가 판매됐다. 이는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 5의 판매량(15만 618대)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쏘나타, 싼타페, 아반떼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포함하면 판매 상위 5개 모델 중 4개가 하이브리드다. 이는 넓은 실내 공간과 높은 연비를 동시에 원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현실적인 선택이 하이브리드 SUV로 향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매년 신기록, 딜러도 놀란 인기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판매 성장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2021년 7만여 대 수준이던 연간 판매량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며 지난해에는 25만 9419대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는 미국 내 현대차 전체 판매의 26.4%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올해 1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판매가 급증하며 역대 1월 최다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현대차 북미법인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수요가 60% 이상 증가했다고 하니, 현지 딜러들 사이에서 ‘재고가 없어 못 판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국 현지 생산이 신의 한 수
이러한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통해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첫 양산 이후 3년 만에 생산량이 약 50배나 증가한 13만 2533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연간 생산 규모를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기존 전기차 생산 라인에 하이브리드 생산 체제를 추가하는 유연한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앨라배마 공장과의 이원화 생산까지 더해져 공급 능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하이브리드 왕좌 토요타 맹추격
물론 아직 하이브리드 시장의 절대 강자는 토요타다. 토요타의 지난해 미국 내 친환경차 판매량은 118만여 대로, 현대차가 15년간 쌓아온 누적 판매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성장 속도가 심상치 않다. 최근 5년간 연평균 5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가 ‘2026 북미 올해의 차’ 유틸리티 부문을 수상하며 품질 경쟁력까지 입증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한 시장 침체가 길어질수록,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전략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