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칸·카이엔·타이칸 등 국내 판매 전 차종, 중국 CATL 대신 K-배터리 장착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포르쉐의 현지화 전략, 그 핵심은?
독일의 명차 브랜드 포르쉐가 한국 시장만을 위한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올해부터 국내에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 라인업에 오직 ‘K-배터리’만을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특정 국가 시장을 위해 배터리 공급망을 전면 재편하는 이례적인 행보다.
포르쉐가 이처럼 한국 배터리에 ‘진심’인 이유는 크게 **한국 시장의 특수성, 성능을 최우선하는 브랜드 철학, 그리고 핵심 기술 내재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된다. 그렇다면 왜 포르쉐는 중국의 CATL 대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손을 잡았을까?
중국산 대신 국산, 한국 소비자를 정조준하다
포르쉐의 이번 결정은 한국 전기차 시장의 독특한 분위기를 정확히 꿰뚫은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국내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 시 주행거리나 충전 속도뿐만 아니라, 차량의 ‘심장’인 배터리 제조사까지 꼼꼼하게 따지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나 선입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시장 특성을 반영해 포르쉐는 콤팩트 전기 SUV ‘마칸 일렉트릭’의 배터리를 기존 중국 CATL에서 삼성SDI 제품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미 판매 중인 고성능 세단 ‘타이칸’과 곧 출시될 ‘카이엔 일렉트릭’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된다. 사실상 한국 땅을 밟는 모든 포르쉐 전기차에 한국산 심장이 달리게 되는 셈이다.
일상의 스포츠카, 성능 타협은 없다
포르쉐는 전동화 시대에도 ‘일상에서 즐기는 스포츠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고수하고 있다. 내연기관이든 전기모터든, 운전의 즐거움과 압도적인 성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이 배터리 선택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포르쉐가 주력으로 채택한 것은 에너지 밀도와 출력이 높은 삼원계(NCM) 배터리다. 삼원계 배터리는 한국 배터리 3사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분야로, 순간적으로 높은 출력을 내야 하는 스포츠카의 특성에 최적화되어 있다. 포르쉐는 배터리 기술과 관리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상의 파트너로 한국 기업들을 선택한 것이다.
기술 내재화로 빚어낸 1156마력의 힘
포르쉐의 배터리 전략은 단순히 좋은 부품을 사 오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올해 하반기 고객 인도를 앞둔 ‘카이엔 일렉트릭’은 포르쉐의 기술 내재화 의지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포르쉐는 이 차량을 개발하며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 모듈 개발과 생산에 직접 참여했다.
배터리 셀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긴밀히 협력하며 단순 부품 조달 관계를 넘어 전동화 핵심 기술을 직접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놀라운 성능으로 증명됐다. 카이엔 일렉트릭의 최상위 모델인 ‘터보’는 최고출력 850kW, 무려 1,156마력에 달하는 힘을 뿜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5초에 불과하다. 이는 고성능 K-배터리와 포르쉐의 기술력이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결국 포르쉐의 ‘K-배터리 올인’ 전략은 한국 시장에서 배터리에 대한 신뢰와 브랜드가 추구하는 최고의 성능을 동시에 잡기 위한 고도의 수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전동화 시대에도 ‘스포츠카 명가’라는 타이틀을 굳건히 지키겠다는 포르쉐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