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시대 역주행? 소비자 요구에 결국 백기 든 스텔란티스
지프 그랜드 체로키, 대배기량 V8 헤미 엔진 재도입 유력

그랜드 체로키 - 출처 : 지프


전기차와 다운사이징이 대세인 시대에 보기 드문 역주행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을 대표하는 SUV 중 하나인 지프 그랜드 체로키가 단종했던 8기통 대배기량 엔진의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식지 않는 ‘마니아’들의 강력한 요구와 시장의 반응을 확인한 선례, 그리고 브랜드 정체성 강화라는 세 가지 핵심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 과연 그랜드 체로키는 다시 한번 강력한 심장을 품을 수 있을까.

결국 응답한 지프… V8 원하는 목소리 듣고 있다



최근 그랜드 체로키 부분변경 개발을 총괄한 관계자는 한 인터뷰를 통해 “V8 엔진의 복귀를 원하는 고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시점을 못 박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5세대 그랜드 체로키는 2021년 출시 당시만 해도 5.7리터 V8 헤미 엔진(362마력)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전동화 전략에 따라 2열 모델은 2023년, 3열 L 모델은 2024년을 끝으로 V8 라인업이 사라지며 많은 팬의 아쉬움을 샀다.

그랜드 체로키 - 출처 : 지프


램 1500의 성공이 보여준 시장의 열망



지프의 이런 입장 변화에는 같은 스텔란티스 그룹 소속인 램(RAM)의 성공 사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픽업트럭 램 1500 역시 헤미 엔진을 단종했다가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와 요청에 부딪혀 재도입을 결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V8 엔진 재도입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하루 만에 1만 대가 넘는 사전 계약이 몰린 것이다. 이는 효율성이나 친환경 가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대배기량 8기통 엔진에 대한 북미 시장의 뿌리 깊은 향수와 열망을 명확히 증명한 사건이었다.

V6와 하이브리드 넘어 다시 8기통으로



그랜드 체로키 - 출처 : 지프


현재 판매되는 2026년형 그랜드 체로키는 3.6리터 펜타스타 V6 엔진(297마력)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2.0리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해 380마력의 출력을 내는 4x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친환경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만약 V8 엔진이 부활한다면, 램 1500에 탑재된 최신 5.7리터 헤미 엔진이 유력하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56.6kg.m에 달하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그랜드 체로키에 이 심장이 이식된다면, 동급 SUV 중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다시 한번 확보하게 된다.

브랜드 정체성 강화로 판매 부진 돌파할까



최근 그랜드 체로키의 미국 내 판매량은 소폭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판매량은 약 21만 대로 전년 대비 2.8%가량 줄었다. 전동화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지프 고유의 ‘강력하고 거친’ 이미지가 다소 희석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V8 엔진의 복귀는 단순히 고성능 라인업 추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되살리고, 감성적 가치를 중시하는 충성 고객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효율의 시대에 다시 한번 울려 퍼질 8기통의 심장 소리가 그랜드 체로키의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형 그랜드 체로키 SRT8 - 출처 : 지프


그랜드 체로키 - 출처 : 지프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