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 1,000만 원 보조금 사라지자 결국 ‘이런’ 결정까지 내렸다.
2026년형 출시 대신 재고 소진에 집중, 2027년 완전 변경 모델로 반전을 노리는 현대차의 속내는 무엇일까.
쌀쌀한 바람이 부는 2월 말,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 현대자동차가 주력 전기 SUV 중 하나인 코나 일렉트릭의 2026년형 모델을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연식 변경 모델을 통째로 건너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급격히 냉각된 전기차 수요, 갑작스러운 세액공제 혜택 종료, 그리고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현대차는 왜 잘 팔리던 모델의 신형 출시를 포기하는 강수를 둔 것일까.
꽁꽁 얼어붙은 미국 전기차 시장
실제로 2026년 1월 미국 시장의 전기차 판매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기아 EV6는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판매량이 65%나 급감했고, 대형 SUV로 기대를 모았던 EV9 역시 45% 줄어든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 아이오닉 5가 6% 감소로 선방했지만, 전반적인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텔루라이드, 스포티지 등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SUV 모델들은 견조한 판매를 이어가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가 불과 1년 만에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정타가 된 1000만 원 보조금 중단
판매량 급감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7,500달러(약 1,000만 원)에 달하는 미국 연방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중단된 점이 꼽힌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어야 한다는 등의 까다로운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주력 전기차들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는 사실상 하룻밤 사이에 차량 가격이 1,000만 원 인상된 것과 같은 효과를 낳았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 장기화, 여전히 부족한 충전 인프라, 테슬라가 주도하는 가격 인하 경쟁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는 급격히 위축되었다. 업계에서 말하는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이 현실화된 셈이다.
숨 고르기 나선 현대차 2027년을 노린다
결국 현대차는 정면 돌파 대신 ‘숨 고르기’를 택했다. 2026년형 코나 일렉트릭을 건너뛰고, 현재 판매 중인 2025년형 모델의 재고 소진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후 2026년 8월부터는 시장의 판도를 바꿀 2027년형 완전 변경 모델 생산에 돌입해 반전을 꾀할 계획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아에서도 감지된다. 기아 역시 니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의 2026년형 모델을 출시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라인업 재정비에 나섰다. 전동화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오던 현대차그룹이 시장 상황에 맞춰 잠시 속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다.
전기차 시장 확대를 이끌어온 선두주자 중 하나인 현대차그룹의 전략 수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연 1년간의 공백을 깨고 등장할 2027년형 신차가 침체된 전기차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