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토종 전기차 브랜드의 약진 속에서 일본 합작 브랜드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단순한 재고 소진을 넘어 브랜드의 생존을 건 승부수가 던져졌다.
일본 자동차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혼다 어코드가 중국 시장에서 전례 없는 파격 할인에 나섰다. 무려 2,1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판촉 행사가 아닌,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에 가깝다. 가파른 판매량 급감, 중국 토종 브랜드의 맹렬한 추격,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가격 전쟁이 혼다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과연 혼다는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70% 판매량 급감, 현실화된 위기
혼다의 위기는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중국 GAC 그룹 자료에 따르면, GAC 혼다의 2026년 1월 판매량은 4,558대로 전년 동기 대비 69.86%나 급감했다. 작년 연간 판매량 역시 25% 이상 줄어든 35만여 대에 그쳤다.
반면 같은 그룹 내 전기차 브랜드인 GAC 아이온은 1월에만 2만 1,600대를 팔아치우며 171%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주력으로 하는 일본 합작 브랜드와 중국 토종 전기차 브랜드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목이다.
혼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혼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 일본 합작 브랜드들은 일제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GAC 토요타는 RAV4 기반의 SUV ‘와일드랜더’에 최대 46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둥펑 닛산 역시 중형 세단 ‘티아나’에 최대 440만 원, ‘실피’에 210만 원의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대 가격 구간에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 쏟아져 나오면서, 기존의 강자였던 일본산 세단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생존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
이번 혼다 어코드 e:PHEV의 2,100만 원 할인은 기존 고객 재구매 조건으로 1,000대 한정으로 진행된다. 이는 단순히 쌓인 재고를 털어내는 것을 넘어, 추락하는 브랜드 수요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에 따르면 2026년 1월 자동차 소비지수는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떨어졌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이기 위해 제조사들은 저금리 할부, 교체 보조금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파격 할인이 끝난 후 혼다의 생산 및 판매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치열한 전동화 전쟁터로 변한 중국 시장에서 일본 중형 세단이 다시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