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해서 더 괴로운 전기차 멀미, 이제 끝낼 수 있을까. 메르세데스-벤츠가 빛과 바람을 이용한 신개념 기술 특허를 공개했다.

프리미엄 전기차부터 적용될 이 기술, 과연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GLC 전기차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최근 도로 위 전기차 택시가 부쩍 늘면서 새로운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바로 ‘전기차 멀미’다. 조용하고 부드러울 것만 같던 전기차에서 유독 속이 울렁거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 경험은 전기차 대중화의 숨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아주 특별한 해법을 제시했다. 핵심은 바로 ‘빛’과 ‘바람’, 그리고 ‘예측’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에 숨어있다. 과연 벤츠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일까.

고요함이 되려 독, 전기차 멀미의 원인



GLC 전기차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멀미는 내연기관차와 다른 본질적인 특성에서 비롯된다. 엔진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는 전기차는 탑승자가 차량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기존 자동차에서는 엔진음의 변화나 차체 진동이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에게도 ‘이제 속도를 내겠구나’ 혹은 ‘곧 멈추겠구나’하는 무의식적인 신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기차는 이런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여기에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최대 토크를 뿜어내는 폭발적인 가속 성능, 그리고 에너지 회수를 위해 급격히 속도를 줄이는 회생제동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뇌가 시각 정보와 신체 감각의 불일치를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멀미의 주된 원인이다.

벤츠의 해법, 바람으로 속도를 느끼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변형 공기 흐름 시스템’이라는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차량 실내 곳곳에 설치된 송풍구가 주행 속도와 상황에 맞춰 바람의 세기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차량이 빠르게 가속하면 탑승자에게 강한 바람을 보내 피부로 속도감을 직접 느끼게 한다. 마치 창문을 열고 달릴 때 맞바람을 맞는 것과 비슷한 감각을 실내에서 구현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눈으로 보는 풍경의 변화와 몸이 느끼는 움직임 사이의 괴리감을 줄여 멀미를 억제하는 원리다.

GLC 전기차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실내를 채우는 빛, 움직임을 예고하다



바람과 함께 빛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벤츠는 실내 분위기를 돋우는 데 쓰이던 앰비언트 라이트를 멀미 저감 기술로 확장했다. 가속 시에는 빛의 패턴이 차량 뒤쪽으로 흐르도록 표현해 시각적으로 속도감을 더하고, 제동 시에는 실내조명을 붉은색으로 바꿔 감속 상황임을 미리 알려준다.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할 때도 빛이 해당 방향으로 흐르거나 화살표 모양으로 점등되어 탑승객이 차량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시각적 신호는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대한 신체적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

꿈의 기술, 현실이 되기까지 남은 과제



GLC 전기차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물론 이 혁신적인 기술이 당장 모든 벤츠 차량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특허 출원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추가적인 송풍구와 제어 장치를 설치해야 하므로 차량 무게와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기존의 냉난방 공조 시스템과의 충돌이나 간섭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술이 먼저 일부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에 선택 사양으로 적용된 후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운전자를 넘어 탑승자의 경험까지 고려하는 벤츠의 시도가 전기차 시장에 어떤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지 기대가 모인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