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야심차게 선보인 ‘포켓몬 테마’, 2만 9,900원 유료 판매에도 인기.
하지만 적용 차종 제한으로 기존 싼타페, 그랜저 오너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포켓몬 디스플레이 테마’가 출시와 동시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운전의 재미를 더하는 이 신기능이 어째서 일부 차주들에게는 환영받고, 다른 차주들에게는 원성을 사는 것일까.
이번 논란의 핵심은 바로 ‘적용 대상’의 제한 문제와 ‘수익화 방식’, 그리고 경쟁사와 비교되는 ‘서비스 정책’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일부 차주들 사이에서는 명백한 차별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내비게이션에 피카츄가? 29,900원의 즐거움
현대차가 내놓은 포켓몬 테마는 차량 내 디스플레이 환경을 인기 캐릭터인 피카츄와 메타몽으로 꾸며주는 유료 콘텐츠다.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화면 전반에 포켓몬 테마가 적용되어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가령, 차량 문을 열면 포켓몬 이미지가 반겨주고, 신호 대기 중에는 피카츄가 인사하는 애니메이션이 나타난다. 드라이브 모드 변경에 따라 계기판 그래픽이 바뀌고, 내비게이션 지도 위를 달리는 내 차 아이콘도 포켓몬 테마로 변경된다. 이 콘텐츠는 마이현대 앱의 블루링크 스토어에서 2만 9,900원에 구매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싼타페·그랜저 오너는 그림의 떡
문제는 이 매력적인 기능을 모든 현대차 운전자가 누릴 수 없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포켓몬 테마를 이용하려면 ‘ccNC’라는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 중에서도 2025년 1월 이후 생산된 모델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에 따라 팰리세이드,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등 비교적 최신 차량은 지원 대상에 포함됐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현대차의 주력 판매 모델이었던 싼타페와 그랜저, 투싼 등 기존 ccNC 탑재 차량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같은 시스템을 사용함에도 연식에 따라 기능 지원 여부가 갈리자, 기존 차주들 사이에서는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차량을 바꾸면 기존에 구매한 테마를 재구매해야 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전 차종 확대 나선 기아와 비교되다
이러한 현대차의 행보는 비슷한 전략을 펴는 기아와 비교되며 더욱 도마 위에 올랐다. 기아는 이미 월트디즈니와 협업해 미키 마우스, 겨울왕국 등 다양한 테마를 제공 중이며, 적용 차종 역시 EV 시리즈를 시작으로 K8, K5, 쏘렌토 등 내연기관 주력 모델까지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같은 그룹사의 브랜드가 전혀 다른 서비스 정책을 펼치는 모습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기아는 이벤트 기간에 무료 테마를 배포하는 등 적극적인 고객 소통에 나서는 모습과도 대조된다.
소프트웨어 수익화, 과도기적 진통일까
이번 포켓몬 테마 논란은 자동차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이라는 분석도 있다.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차량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화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이라 해도 기존 고객들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 향후 현대차가 지원 차종 범위를 얼마나 빠르게 확대하고, 기존 차주들의 불만을 해소할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을지가 이번 논란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