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형 세단의 교과서로 불렸던 혼다 어코드, 하룻밤 새 2,100만 원 파격 할인 단행.
중국 전기차 공세에 판매량 70% 급감하자 결국 가격 방어 전략을 포기했다.
한때 ‘중형 세단의 정석’으로 불리며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던 차가 있다. 바로 혼다 어코드다. 신뢰성과 완성도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시장의 기준이 되었던 이 모델이 최근 전례 없는 가격 인하 소식으로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판촉 활동을 넘어,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로 읽힌다. 판매량 급감, 치열해진 경쟁, 그리고 전략 수정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어코드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자. 명차의 상징이었던 어코드는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하룻밤 새 2,100만 원 증발
최근 중국의 GAC 혼다는 어코드 e: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발표했다. 기존 권장 소비자가 약 5,000만 원에 달했던 차량 가격을 약 2,918만 원까지 낮춘 것이다. 하룻밤 사이에 무려 2,100만 원, 약 40% 이상 가격이 내려간 셈이다.
물론 재구매 고객 대상 1,000대 한정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이번 할인의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다. 그동안 ‘제값 받기’ 전략을 고수해왔던 일본 브랜드의 가격 방어선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단순한 재고 정리를 넘어선,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평가된다.
결국 백기 든 처참한 판매량
이처럼 과감한 결정의 배경에는 처참한 수준의 판매량 급감이 자리 잡고 있다. GAC 혼다의 올해 1월 판매량은 4,55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69.86%나 감소했다. 연간 실적 역시 2025년 전체 판매량이 전년 대비 25% 이상 줄어드는 등 하락세가 뚜렷했다.
반면 같은 그룹 내 전기차 전문 브랜드인 GAC 아이온은 같은 기간 판매량이 171%나 급증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강자와 신흥 전기차 브랜드 사이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면서 혼다의 위기감은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혼다만의 위기가 아니다
현재의 위기는 비단 혼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토요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 전반이 비슷한 압박에 직면해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가격과 성능을 모두 갖춘 현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본 세단들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BYD를 필두로 한 중국 현지 브랜드의 공세 속에서, 과거의 명성만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토요타와 닛산 역시 연이어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 들며 치열한 생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번 어코드의 파격적인 가격 인하는 중형 세단 시장의 주도권이 전통적인 강자에서 새로운 경쟁자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소비 심리 위축까지 겹친 시장 상황 속에서, 1,000대 한정 판매가 끝난 후 혼다가 어떤 새로운 전략을 선보일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