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북미 시장 겨냥 전기차 3종 개발 전격 취소 선언.
23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전동화 전략을 수정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본 자동차의 자존심 혼다가 북미 시장을 겨냥해 야심 차게 추진하던 전기차 프로젝트에 급제동을 걸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가운데, 혼다는 수십조 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동화 전략의 전면 수정을 택했다. 이는 전기차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혼다가 이처럼 과감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로 예상보다 더딘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 막대한 개발 비용 부담, 그리고 대안으로 떠오른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쟁력이다. 2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둘러 ‘탈(脫) 전기차’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백기 든 전동화 전략
혼다는 최근 북미 시장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던 전기차 3종의 계획을 전면 취소한다고 밝혔다. 취소된 모델은 새로운 전기차 라인업인 ‘0시리즈’의 SUV와 세단, 그리고 고급 브랜드 아큐라의 전기 스포츠카 ‘RSX’다. 이 모델들은 모두 미국 현지 생산을 목표로 추진되던 핵심 프로젝트였다.
혼다는 그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기존의 방향을 완전히 뒤집는 것으로,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전기차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3조 원, 천문학적 손실의 의미
이번 전략 수정으로 혼다는 막대한 재정적 타격을 입게 됐다. 진행 중이던 전기차 프로젝트를 중단하면서 생산 설비와 개발 자산에 대한 대규모 손상 및 폐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혼다는 이번 회계연도에만 영업비용과 지분법 손실 등을 포함해 최대 1조 2700억 엔(약 11조 7000억 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추가 비용까지 고려하면 총손실 규모는 최대 2조 5000억 엔, 우리 돈으로 약 23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혼다가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시 하이브리드로, 전략 대전환
결국 혼다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안정될 때까지 하이브리드 모델에 다시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재정비한다.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여전히 높은 상품성과 수익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기존 내연기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는 일본과 미국 등 핵심 시장에서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혼다는 앞으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혼다의 이번 결정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