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YD보다 저렴한 파격적인 가격 책정, 그 비결은 현지 생산과 배터리 전략에 있었다.

소형차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내 공간과 최신 편의 기능까지 탑재해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EV2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한 3월 말, 유럽 전기차 시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기아가 소형 전기 SUV ‘EV2’를 앞세워 시장 공략의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중국 브랜드의 거센 공세 속에서 기아는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 동급을 뛰어넘는 공간 활용성, 그리고 최신 편의 사양이라는 세 가지 무기를 꺼내 들었다. 과연 기아의 이 야심 찬 도전은 유럽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BYD 정조준, 파격적인 가격의 비밀



기아 EV2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가격이다. 4월 독일에서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스탠다드 레인지 라이트 트림의 가격은 2만 6,600유로(약 4,600만 원)로 책정됐다. 이는 유럽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 중인 중국 BYD의 동급 모델보다 약 390유로(약 67만 원) 저렴한 수준이다.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닌, 철저한 원가 절감 전략의 결과다.

핵심은 배터리와 생산 기지에 있다. 스탠다드 모델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42.2kWh LFP 배터리를 탑재해 원가 부담을 낮췄다. 또한,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현지 직접 생산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물류비를 절감하고 유럽연합(EU)의 수입 관세 장벽을 피하며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기아는 이 공장의 전기차 생산 라인 구축에 약 1,800억 원을 투자하며 유럽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분명히 했다.

ID.폴로 / 사진=Mobility Ground


작지만 넓다, 소형 SUV의 편견을 깨다



EV2는 전장 4,060mm, 전폭 1,800mm, 전고 1,575mm로 현대 베뉴와 비슷한 작은 체구를 가졌다. 하지만 실내 공간만큼은 소형 SUV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2열 슬라이딩 기능을 적용해 레그룸을 최대 958mm까지 확보했으며, 트렁크는 기본 362L에서 최대 1,201L까지 확장된다. 여기에 동급 최초 15L 프렁크까지 더해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단순히 공간만 넓힌 것이 아니다. 12.3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차량 전력을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V2L 기능, 기아 AI 어시스턴트,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등 최신 전기차 기술을 대거 탑재해 상품성을 높였다. 저렴한 가격에도 첨단 사양을 놓치지 않은 점이 EV2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격전지 유럽, 기아의 성공 가능성은



EV2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기아가 EV2를 유럽에 먼저 투입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올해 들어 유럽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14.8% 성장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 시장은 보조금 정책 변화 등으로 주춤하는 모양새다. 기아로서는 EV2를 통해 성장하는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경쟁은 치열하다. 폭스바겐은 ID.크로스와 ID.폴로 출시를 예고했고, 르노 역시 2만 유로 미만의 트윙고 E-테크와 르노 4를 선보일 계획이다. 무섭게 점유율을 높이는 BYD의 저가 공세도 만만치 않다. 기아는 EV2 단일 모델로 연간 10만 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아직 국내 출시 계획은 미정이지만, 유럽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에 따라 국내 도입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