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하는 기름값에 운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유지비 부담이 적은 전기차가 다시금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주요 완성차 업계의 파격적인 가격 인하까지 더해지며, 주춤했던 전기차 시장의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유소 가격표 앞에서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끝없이 오를 것 같은 기름값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요즘, 소비자들의 시선이 다시 한번 전기차로 향하는 중이다.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구호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관심은 불안한 국제 정세와 완성차 업계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 그리고 실제 소비자들의 데이터 변화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과연 이번 흐름은 고유가에 따른 일시적인 반응일까, 아니면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다시 불안해진 주유소 가격표
모든 것의 시작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였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위협하며 급등했다. 이는 고스란히 국내 기름값에 반영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00원대를 넘나들며 운전자들의 가계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며 급한 불을 끄는 모양새지만, 근본적인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에너지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많은 운전자가 지금의 고유가 상황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숫자로 증명된 관심의 이동
이러한 불안감은 곧장 시장 데이터로 나타났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의 분석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전기차 모델의 검색량은 중동 분쟁 격화 직전 주와 비교해 28%나 증가했다. 실제 판매량 역시 눈에 띄게 늘어, 3월 초 2주간의 중고 전기차 판매량은 직전 2주 대비 40.8% 급증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유가 변동에 민감한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 기름값이 오를수록 연료비와 충전 비용을 비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그 계산기가 전기차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격 문턱 낮아지자 기대감 상승
소비자들의 관심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은 바로 ‘가격’이다. 한동안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했던 높은 가격 장벽이 최근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테슬라가 모델 3와 모델 Y의 가격을 최대 940만 원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볼보 역시 소형 전기 SUV EX30의 가격을 761만 원 내렸다.
현대자동차도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등 주력 전기차 모델에 100만 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가격 인하 경쟁에 가세했다. 여기에 정부가 자동차 5부제 적용 대상에서 전기차를 제외하는 등 정책적 지원까지 맞물리면서 전기차 시장의 반등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본격적인 반등의 신호일까
물론 지금의 흐름을 섣불리 낙관하기는 이르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겨울철 주행거리 문제 등 전기차가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유가 충격에 따른 일시적인 관심에 그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기름값이 오를수록 전기차의 경제적 매력은 더욱 선명해진다는 점이다. 고유가 상황과 제조사들의 가격 인하, 그리고 정부의 정책 변화가 동시에 맞물린 지금, 전기차 시장이 다시 한번 도약할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