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민차’로 불렸지만 그랜저에 밀렸던 쏘나타의 화려한 귀환. 화려함 대신 실속을 택한 5060세대의 소비 기준 변화가 시장 판도를 뒤흔들었다.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한 2026년 3월 말, 국내 자동차 시장에 예상 밖의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부동의 1위로 여겨졌던 그랜저가 왕좌에서 내려온 것이다. 이 반전의 중심에는 바로 5060세대의 조용한 선택이 있었다.
이들은 더 이상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지갑 사정과 운전의 편의를 우선시하기 시작했다. 쏘나타 디 엣지가 그랜저를 넘어선 배경에는 바로 가격, 유지비, 그리고 실용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과연 어떤 이유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그랜저를 넘어선 의외의 주인공
2026년 2월 현대자동차 세단 판매량 집계 결과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쏘나타 디 엣지가 총 4,436대 팔리며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준대형 세단의 상징인 그랜저는 3,933대, 생애 첫 차로 인기가 높은 아반떼는 3,628대에 그치며 쏘나타의 뒤를 이었다. 이는 ‘중형 세단은 이제 끝물’이라는 시장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였다.
고유가 시대 지갑을 지키는 현실적 선택
최근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기름값은 5060세대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쏘나타 디 엣지 하이브리드 모델은 1리터당 19.4km에 달하는 복합 연비를 자랑한다. 이는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유류비를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줄여주는 매력적인 수치다.
여기에 시작 가격이 2,826만 원으로 그랜저보다 1,000만 원 이상 저렴하다는 점도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급의 품격은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유지비 부담은 덜어내는, 그야말로 실속 있는 선택인 셈이다.
체면보다 나의 편안함이 우선
과거 5060세대에게 자동차가 사회적 성공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실용적인 도구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자녀들이 독립한 후 부부 중심으로 생활하는 이들에게 굳이 넓은 뒷좌석을 갖춘 준대형 세단은 불필요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오히려 쏘나타 디 엣지의 적당한 차체는 복잡한 도심이나 좁은 마트 주차장에서 빛을 발한다. 여기에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은 ‘아재차’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싶은 중장년층의 취향까지 저격했다는 평이다.
하이브리드 인기가 반전을 완성하다
이번 판매량 역전의 또 다른 주역은 단연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전체 쏘나타 판매량(4,436대) 중 택시 모델(1,074대)을 제외한 일반 판매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의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5060세대가 단순히 차량 초기 구매 비용뿐만 아니라, 수년간의 유지비와 낮은 자동차세까지 고려하는 현명한 소비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체면이라는 오래된 가치보다 실속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지금, 쏘나타 디 엣지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