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기아의 ‘가성비 전기차’로 인기를 끌었던 니로 EV가 결국 단산 수순을 밟는다.
EV3의 등장과 함께 기아의 전동화 전략이 EV 시리즈와 PBV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니로 EV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한때 ‘가성비 전기차’로 불리며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기아 니로 EV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올해 들어 단 8대 판매라는 저조한 실적 끝에 내려진 단산 결정이다. 이는 단순히 한 모델의 퇴장을 넘어, 기아의 전동화 전략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EV3의 등장**, **E-GMP 플랫폼 중심의 라인업 재편**, 그리고 **PBV(목적기반차량)의 부상**이라는 세 가지 흐름 속에서 니로 EV의 단종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기아는 왜 한때 효자 노릇을 하던 모델을 정리하고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일까.
사실상 마침표 찍은 니로 EV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니로 EV의 생산을 중단하고 재고 물량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니로 부분변경 모델 출시 행사에서도 기아 관계자는 니로 EV의 단산 사실을 공식화했다. 한 시대가 막을 내린 셈이다.
판매량 흐름을 보면 이러한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2022년 9,194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정점을 찍었던 니로 EV는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3년 7,161대, 2024년 1,388대, 2025년 295대로 판매량이 급감했고, 결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EV3 등장, 설 자리 잃다
니로 EV의 입지가 좁아진 가장 큰 이유는 강력한 ‘집안 경쟁자’의 등장이었다. 2024년 7월 출시된 소형 전기 SUV ‘EV3’는 니로 EV의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EV3는 더 넓은 실내 공간과 혁신적인 편의 기능을 갖추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반면 니로 EV는 내연기관 모델 기반 플랫폼을 활용한 탓에 공간 활용도나 전기차 특화 사양 구현에 한계가 있었다. 시장의 중심이 전용 플랫폼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니로 EV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선택과 집중, EV 시리즈와 PBV로
기아의 이번 결정은 전동화 라인업을 E-GMP 기반의 EV 시리즈와 PBV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기아는 국내에서 EV3, EV4, EV6, EV9 등 승용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PV5, PV7 등 PBV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러한 전략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최초의 PBV 모델인 PV5는 지난달 3,967대가 팔리며 현대차그룹 전체 전기차 중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니로 EV의 단산이 단순한 모델 축소가 아닌, 미래 시장을 향한 전략적 재편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럽 시장까지 고려한 큰 그림
기아의 전동화 재편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현지 시장을 겨냥한 소형 전기차 EV2 출시를 예고하며 중국 BYD 등 저가 전기차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모델로 시장별 맞춤형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EV 시리즈와 PBV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장별 맞춤형 모델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러한 큰 그림 속에서 니로 EV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퇴장하지만, ‘니로’ 브랜드 자체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가며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하게 됐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