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모닝을 대체할 기아의 새로운 소형 전기차 ‘EV1’ 개발 본격화, 유럽 시장부터 공략 나선다.
보조금 적용 시 2천만원대 실구매가 기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기술 첫 적용으로 상품성 강화.
기아가 전기차 시장의 판을 바꿀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소형 전기 해치백 ‘EV1(가칭)’의 개발을 본격화한 것이다. 경차급 크기에 파격적인 가격을 예고하며 출시 전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단순히 저렴하기만 한 전기차가 아니다. EV1은 놀라운 주행거리와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품고 있어, 전기차 대중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까지 잡겠다는 기아의 야심이 엿보인다.
유럽서 캐스퍼보다 저렴하게
EV1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가격 경쟁력이다. 유럽 시장을 기준으로 예상 시작 가격은 2만 파운드 초반, 한화로 약 3,300만 원 수준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이는 유럽에서 먼저 출시될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보다도 저렴한 가격대로, 엔트리 전기차 시장의 가격 기준을 새로 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시장에 출시될 경우, 정부와 지자체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2,000만 원대 초반에서 중반 사이에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내연기관 경차나 소형차 구매를 고려하던 소비자들까지 전기차로 유인할 수 있는 강력한 유인책이다. 이 같은 가격 정책은 르노 5 E-테크, 푸조 e-208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는 유럽 B세그먼트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 번 충전으로 서울-부산 근접
저렴한 가격에도 성능은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EV1은 기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된다. EV2와 동일한 400V 시스템을 공유하며, 효율적인 공간 활용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모두 잡았다. 배터리는 42.2kWh급 기본형과 61kWh급 롱레인지 두 가지로 운영될 전망이다.
기본형 모델은 약 320km,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1회 충전 시 최대 480km에 달하는 주행거리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480km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약 400km)를 추가 충전 없이 주파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는 소형 전기차 세그먼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성능으로, 도심 주행은 물론 주말 장거리 여행까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다’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차가 스스로 진화하는 SDV 기술 첫선
EV1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기아 최초의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Software Defined Vehicle)’이라는 점이다. SDV는 쉽게 말해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차량의 성능과 기능을 구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개선할 수 있다.
기존의 OTA가 내비게이션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업데이트에 한정됐다면, EV1은 차량의 핵심 제어 시스템과 안전 기능까지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대폭 개선하고, 향후 자율주행 기능 고도화 등 미래 기술을 발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EV1은 단순한 저가형 전기차가 아니라 기아의 미래 전동화 전략을 대중화하는 핵심 모델”이라며 “유럽을 시작으로 글로벌 전기차 보급을 가속할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