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차량 인도량 시장 기대치 하회, 생산량과 판매량 격차 벌어지며 재고 부담 현실화

미국 내 수요 둔화, 중국 BYD의 맹추격, 유럽 시장 변수까지... 전기차 제왕의 자리가 흔들리는 복합적인 이유들.

모델 S / 테슬라


한때 전기차 시장의 혁신을 이끌며 ‘없어서 못 파는 차’의 대명사로 불렸던 테슬라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올 1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밑돌면서 성장 신화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가격을 인하하는 강수까지 뒀지만, 판매량은 줄고 재고만 쌓이는 상황이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테슬라의 위기는 미국 내 수요 변화, 중국 경쟁사의 부상, 그리고 흔들리는 기술 리더십이라는 세 가지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기대 못 미친 1분기, 재고 부담 현실로



모델 Y / 테슬라


테슬라가 발표한 1분기 차량 인도량은 38만 6,810대로,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한 수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생산량과 판매량의 격차다.

1분기 동안 43만 3,371대를 생산했지만, 판매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약 4만 6천 대가 고스란히 재고로 남았다. ‘만드는 즉시 팔려나가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국면이다.

안방 미국과 최대 시장 중국의 이중 압박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의 수요 둔화가 뼈아프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이 축소되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이 커졌다. 한때 ‘영포티’를 중심으로 선망의 대상이었던 테슬라지만, 이제는 높은 가격과 유지비에 대한 부담으로 구매를 주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모델 Y 실내 / 테슬라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는 BYD와 같은 현지 업체들의 공세가 매섭다. BYD는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다양한 라인업으로 테슬라의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글로벌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추월한 BYD의 성장은 테슬라에게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흔들리는 기술 리더십과 유럽의 변수



유럽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테슬라의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FSD(Full Self-Driving)’의 유럽 승인이 계속해서 지연되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술 선도자’라는 테슬라의 상징성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경쟁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했지만, 이제는 현대차, 폭스바겐 등 전통의 강자들이 전기차 기술 격차를 상당 부분 좁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한 분석가는 “테슬라를 더 이상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브랜드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이버트럭 / 테슬라


가격 내려도 진퇴양난, 뾰족한 수 없다



테슬라 역시 위기 극복을 위해 모델Y와 모델3 등 주력 차종의 가격을 인하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수요 회복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오히려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재고를 털어내자니 이익이 줄고, 이익을 지키자니 재고 부담이 커지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외부 환경의 변화와 내부 경쟁력 약화가 맞물리면서 테슬라는 과거에 없던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단순히 버티기만 해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에서 ‘수성’에 나선 방어자로 위치가 바뀐 테슬라의 다음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모델 3 / 테슬라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