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89% 급감하며 벼랑 끝에 몰린 중국 사업, 현지 전용 전기 미니밴으로 반전 노린다
‘아이오닉’ 브랜드 앞세워 5년 내 50만대 판매 회복 목표 제시
한때 연간 114만 대를 팔아치우던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지 브랜드의 약진과 전동화 전환 실패가 겹치며 판매량은 10분의 1 토막이 났다. 벼랑 끝에 몰린 현대차가 결국 ‘현지화’와 ‘전동화’라는 두 가지 핵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중심에는 중국 시장만을 위한 새로운 전기 미니밴(MPV)이 있다.
현대차의 이번 도전은 단순한 신차 출시를 넘어, 중국 사업의 명운을 건 재도전의 성격을 띤다. 과연 현대차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10년 만에 90% 증발한 판매량
현대차의 중국 사업은 심각한 침체 국면에 놓여있다. 2016년 114만 대에 달했던 연간 판매량은 지난해 약 12만 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불과 10년도 안 돼 89%가 증발한 셈이다. 이로 인해 연간 125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중국 공장의 가동률은 10% 안팎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그 사이 BYD, 지리자동차 등 중국 현지 브랜드는 7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가격 경쟁력과 빠른 전동화 전환을 무기로 내세운 현지 업체들 사이에서 현대차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칼 빼든 현대차, 해답은 전기 MPV
위기 타개를 위해 현대차가 꺼내 든 카드는 현지 전용 전기 MPV 개발이다. 올해 초 중국 내수용 상용차 개발을 위한 전담 연구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이 모델은 기존 내연기관 MPV ‘쿠스토’의 전동화 버전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과 디자인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다. 넓은 실내 공간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과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기존 쿠스토가 내연기관 중심이라 경쟁력이 약했던 만큼, 이번 신형 전기 MPV는 현대차의 반격을 이끌 핵심 모델로 꼽힌다.
아이오닉 앞세워 현지화 승부수
현대차는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중국 시장 공략의 선봉에 세웠다. 최근 베이징에서 브랜드 론칭 행사를 열고 중국 맞춤형 디자인 전략 ‘디 오리진(The Origin)’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현지 전략 모델인 ‘비너스 콘셉트(세단)’와 ‘어스 콘셉트(SUV)’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라인업 확대를 예고했다.
기술 현지화에도 속도를 낸다. 중국 자율주행 기업 ‘모멘타’와 협업을 강화하고,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기술 도입 등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로’라는 새로운 슬로건은 이러한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5년 내 20종 신차, 50만대 회복 목표
현대차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향후 5년간 중국 전용 신차 20종을 출시해 2030년까지 연간 판매 50만 대 수준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다. 이미 전기 SUV ‘일렉시오’와 신규 전기 세단(EA1c 프로젝트) 등 다양한 전동화 모델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결국 현대차의 중국 전략은 단순한 판매량 확대가 아닌, ‘현지화’, ‘전동화’, ‘브랜드 재정립’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판을 완전히 새로 짜는 단계에 들어섰다. 뼈아픈 실패를 딛고 일어서려는 현대차의 승부수가 과연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