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5의 대항마로 주목받는 BYD 씨라이언 7, 뛰어난 하드웨어 스펙에도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핵심 옵션이 빠져 아쉬움을 남긴다.
겉으로 보이는 제원표만으로는 알 수 없는 두 전기 SUV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심층 분석했다.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한 4월 주말,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국산과 수입 전기 SUV 사이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저울질이 한층 복잡해졌다. 기아 EV5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른 BYD 씨라이언 7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원표만 보면 씨라이언 7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드웨어의 우위가 반드시 판매량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씨라이언 7은 더 높은 차급과 우수한 기본기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뛰어난 스펙을 앞세우고도 왜 소비자들은 계약서 앞에서 망설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하드웨어, 편의 사양, 그리고 가격 정책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뼈대는 더 튼튼한데 매력은 반감
씨라이언 7은 기아 EV5와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한 체급 위 모델로 포지셔닝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서스펜션 구조다. EV5가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방식을 사용하는 반면, 씨라이언 7은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채택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더 나은 승차감과 조종 안정성을 제공하는 고급 사양으로 평가받는다.
이론적으로는 분명한 우위다. 더 좋은 뼈대를 가진 차량을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BYD 역시 이 점을 전면에 내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을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적 조합만으로 평가받는 상품이 아니다.
결정적 한 방, 한국 시장에서 사라진 옵션
국내에 출시된 씨라이언 7의 가장 뼈아픈 지점은 바로 ‘옵션 제외’다. 중국 내수용이나 다른 국가 수출 모델에는 포함되었던 핵심 편의 사양들이 한국 사양에서는 대거 빠졌다. 특히 2열 통풍 시트, 천연 가죽 시트, 다인 오디오 시스템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패밀리 SUV를 지향하는 모델에서 2열 통풍 시트가 빠진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여름철 뒷좌석에 타는 가족의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천연 가죽 시트와 프리미엄 오디오는 차량의 고급감을 결정하는 상징적인 요소다. 상위 차급이라는 홍보 문구와 달리, 실제 소비자가 실내에서 체감하는 만족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가격표는 비슷한데 납득은 어려운 이유
문제는 이러한 옵션 축소가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씨라이언 7의 국내 가격은 보조금을 적용하면 EV5와 직접 경쟁하는 4,000만 원 초반대로 책정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돈을 내면서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편의 기능이 부족한 차를 선택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이라는 하드웨어적 강점은 운전 경험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기본기 향상이 2열 통풍 시트나 고급 오디오의 부재라는 아쉬움을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가성비’를 따지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씨라이언 7은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듯한 인상을 남기게 됐다.
결론적으로 씨라이언 7은 EV5의 훌륭한 대안이 될 잠재력을 가졌지만, 스스로 그 매력을 깎아 먹은 모양새다. 하드웨어의 우위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소비자들이 원하는 ‘감성 품질’을 채워주지 못했다. 지금의 구성으로는 ‘EV5 대신 살 만한 차’라는 평가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이 경쟁은 두 모델 모두 완벽하지 않기에, 소비자의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이 갈릴 전망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