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2조 원 R&D 투자 선언, 50종 신기술 동시 공개. 글로벌 톱3 부품사를 향한 현대모비스의 승부수가 시작됐다.

소형 전기차 구동 시스템부터 차세대 고속 충전 기술까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기술들을 집중 분석한다.

기아 쏘렌토 / 사진=Kia


현대모비스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역대급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에만 2조 원이 넘는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 글로벌 톱3 부품사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단순한 자금 투입을 넘어, 소형 전기차, 차세대 충전 기술, 친환경 신소재 등 구체적인 목표를 향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50종에 달하는 신기술을 한꺼번에 공개한 이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최근 경기도 의왕 기술연구소에서 열린 ‘테크 브릿지 2025’ 행사는 현대모비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미래차 핵심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대거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향한 출사표를 던졌다.

5년 만에 두 배, 2조 원 투자의 의미



토요타 프리우스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현대모비스의 올해 연구개발 투자액 2조 243억 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16% 증가한 수치이며, 5년 전인 2021년 1조 1000억 원대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로 불어난 규모다. R&D 투자 비중이 늘면서 관련 인력도 2020년 5489명에서 현재 7700명 수준으로 40% 이상 급증했다.

이러한 투자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출원한 특허만 약 8000건에 달하며, 이 중 40%가 미래차 핵심 기술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성장을 통해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소형 전기차 시장, 가격 경쟁력으로 뚫는다



이번에 공개된 50종의 신기술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단연 도심형 소형 전기차에 특화된 120kW급 PE(Power Electric) 시스템이다. 모터, 인버터, 감속기를 하나로 합친 이 구동 시스템은 기존 중대형 중심이었던 전동화 라인업을 소형까지 확장하는 핵심 기술이다.

특히 부피와 높이를 획기적으로 줄인 저상형 구조를 채택해 차량의 적재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주력 제품인 160kW급 대비 약 70%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밝혀, 유럽과 인도 등 소형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충전 시간은 절반으로, 효율은 최대로



전기차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던 충전 속도 역시 개선의 실마리를 찾았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22kW급 통합충전제어장치(ICCU)는 기존보다 충전 속도를 거의 두 배로 단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배터리의 전압과 온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충전 속도를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알고리즘을 적용, 안정성과 효율을 동시에 잡았다.

이와 함께 공개된 기능 통합 저상화 섀시 모듈도 눈길을 끈다. 기존의 무거운 스틸 코일 스프링 대신 복합재 판스프링과 전동식 댐퍼를 적용, 승차감을 개선하고 차체 경량화까지 달성했다. 공간 효율성을 높여 미래 목적 기반 차량(PBV) 시장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내부에서 시작된 혁신, 글로벌 시장으로



현대모비스의 기술 혁신은 내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매년 연말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기술 축제에서는 올해 역대 최대인 1170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최근 6년간 누적된 제안만 5600여 건에 이른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기술 혁신의 원동력”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조 원이라는 과감한 투자를 발판 삼아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판도를 바꾸려는 현대모비스의 야심찬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