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BYD 한 곳에서 올해는 무려 4곳. 가성비와 기술력 앞세운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공습이 시작됐다.
단순한 시장 진출을 넘어 전시장, 서비스센터까지 구축하는 이들. 현대·기아차는 어떤 대응 카드를 꺼내 들까?
국내 전기차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고됐다. 지난해 BYD의 등장으로 시작된 ‘차이나 쇼크’가 올해는 더욱 거대한 파도로 밀려올 전망이다. 이제는 한두 브랜드의 ‘도전’이 아닌, 여러 브랜드가 동시에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공세’의 형태로 판이 바뀌고 있다. 이들의 무기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이 아니다.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과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들을 공략할 채비를 마쳤다. 과연 중국 전기차의 공습은 국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태풍의 눈이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중국산 전기차는 ‘가성비’라는 단어로 요약됐다.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거나 준비 중인 브랜드는 지커, 샤오펑, 체리자동차 등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전략으로 국내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이름도 생소한 그들의 화려한 스펙
중국 자동차 수출 1위 기업인 체리자동차는 산하 브랜드 오모다와 재쿠를 통해 전기 SUV C5 EV와 E5를 하반기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 법인 설립을 위한 인력 채용까지 진행하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시장 탐색이 아닌, 본격적인 판매를 전제로 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샤오펑 역시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9월 한국 법인을 세운 샤오펑은 전기 SUV G6와 전기 MPV X9의 국내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르면 3분기 공식 출시를 목표로 하며, 이후 추가 모델 투입까지 검토 중이다.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도 중형 SUV 7X를 필두로 2분기 출시를 노리고 있다. 특히 지커는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등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며 브랜드 단위의 체계적인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왜 하필 지금 한국 시장인가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한국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국내 전기차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와 정부 보조금, 충전 인프라 등 잘 갖춰진 기반이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BYD의 사례를 통해 중국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이 상당 부분 완화된 점도 이들의 자신감을 키웠다.
동시에 중국 내수 시장의 상황도 중요한 배경이다. 극심한 경쟁과 과잉 생산 문제로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해진 중국 업체들에게 한국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시장으로 평가받았다. 수요, 제도, 성장 가능성 세 박자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찻잔 속 미풍일까, 시장 재편의 신호탄일까
업계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동시다발적인 진출을 이미 거대한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해 BYD 한 곳에서 올해 체리, 샤오펑, 지커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가격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경쟁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현대·기아차는 물론 기존 수입차 브랜드들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이들이 얼마나 빠르게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브랜드 인지도, 사후 서비스(A/S) 망에 대한 신뢰,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편견은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중국 전기차의 공세가 국내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는 태풍이 될지, 아니면찻잔 속 미풍에 그칠지는 올 하반기 본격적인 판매 실적이 판가름할 전망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