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순수 전기 SUV bZ4X, 북미 시장서 후미등 부품 오류로 리콜.
전자 부품 카탈로그의 단순 실수가 미국 연방 안전 기준 미준수 사태로 이어진 전말.
‘품질의 토요타’라는 명성에 의문부호가 찍혔다. 토요타 최초의 순수 전기 SUV bZ4X가 북미 시장에서 리콜에 들어갔다. 이번 리콜은 복잡한 기술적 결함이 아닌, 사소한 관리 부실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더욱 이례적이다. 이 황당한 사태는 ‘부품 카탈로그’의 표기 오류, ‘애프터서비스’ 과정의 혼선, 그리고 ‘안전 기준’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세 가지 문제가 겹치며 발생했다. 어쩌다 한국 사양 부품이 미국을 달리는 전기차에 장착된 것일까.
잘못된 USA 표기, 혼란의 시작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발표에 따르면, 문제의 발단은 토요타의 전자 부품 카탈로그였다. 일부 bZ4X 차량에 한국 시장 전용 후미등이 장착된 사실이 확인됐는데, 이는 생산 라인이 아닌 애프터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였다. 토요타 내부 시스템에 한국 사양 후미등(부품 번호 81561-42290, 81551-42290)이 ‘USA’용으로 잘못 기재됐고, 이 데이터가 전 세계 서비스망에 공유됐다. 북미 지역 딜러들은 이 정보를 믿고 부품을 주문, 수리가 필요한 차량에 장착한 것이다. 단순한 데이터 입력 실수가 국경을 넘어 실제 차량의 안전을 위협하는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안전과 직결된 사이드 마커등의 부재
한국과 미국 사양의 후미등은 외관상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미국의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 108호(FMVSS No.108)는 야간 주행 시 차량의 측면 위치를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빛을 내는 ‘사이드 마커등’을 의무화한다. 하지만 한국 사양 부품에는 이 기능 없이 빛을 반사하는 반사판만 달려있다. NHTSA는 반사판만으로는 교차로나 측면 접근 상황에서 차량의 존재를 알리기에 불충분하며, 이는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행정적 오류가 안전 기준 미준수라는 직접적인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전기차 전환 길목에서 흔들리는 품질 관리
토요타 bZ4X의 구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에는 주행 중 바퀴가 빠질 수 있는 볼트 결함으로 전량 리콜을 실시하며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스바루와 공동 개발한 야심작이자 토요타 전동화 전략의 핵심 모델에서 연이어 품질 문제가 불거지자, 브랜드의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연기관 시대에 쌓아 올린 토요타의 굳건한 품질 관리 시스템이 급변하는 전기차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토요타는 해당 차량 소유주에게 리콜 사실을 통지하고, 문제의 후미등을 미국 사양으로 무상 교체할 방침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