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입차 10대 중 9대가 전기·하이브리드… 디젤은 사실상 퇴출 수순
중국 BYD의 약진, 전통의 강자 볼보·아우디마저 제치고 5위권 진입
국내 수입차 시장의 지형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고 전동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플레이어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연비와 효율, 그리고 새로운 기술로 옮겨가면서 나타난 변화다.
올해 초 집계된 수입차 판매량은 이러한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가 전체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내연기관, 특히 디젤 모델의 종말을 예고했다. 여기에 전통적인 프리미엄 브랜드의 아성을 위협하는 중국계 브랜드의 등장은 시장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과연 수입차 시장의 왕좌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
10대 중 9대는 전기차… 내연기관의 종말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 중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7.7%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하이브리드는 1만 3,949대(66.6%)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순수 전기차 역시 4,430대(21.1%)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사실상 도로 위를 달리는 수입차 10대 중 9대가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셈이다.
반면 내연기관의 몰락은 가속화됐다. 가솔린 모델은 2,441대(11.6%)로 겨우 체면치레를 했고, 한때 수입차 시장의 아이콘이었던 디젤은 140대(0.7%)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연간 누적 기준으로도 1% 남짓한 점유율은 디젤 시대가 완벽히 끝났음을 증명한다.
시장을 뒤흔든 중국 BYD의 등장
브랜드 순위에서는 더욱 극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BMW(6,270대)와 메르세데스-벤츠(5,121대)가 여전히 1, 2위를 수성했지만, 그 뒤를 쫓는 이름들이 달라졌다. 특히 중국의 BYD가 1,347대를 판매하며 렉서스에 이어 5위에 오른 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이는 볼보, 아우디, 포르쉐 등 오랜 시간 국내 시장에서 사랑받아온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를 모두 제친 결과다. BYD는 ‘아토3’, ‘씰’ 등 경쟁력 있는 가격대의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유럽 브랜드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견고한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가 6%를 돌파한 것은 단순한 순위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E클래스 대 5시리즈, 그리고 모델Y
가장 많이 팔린 모델 순위는 현재 수입차 시장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E 200, 1,207대)와 BMW 5시리즈(520, 1,162대)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테슬라 모델Y가 1,134대로 3위를 기록하며 바짝 추격했다. 전통의 강자인 내연기관 세단과 전기차 시대의 아이콘인 SUV가 판매량 최상위권에서 직접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동화 전환 속도가 향후 브랜드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단순히 친환경차 라인업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충전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경쟁력까지 갖춰야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연기관에 의존해왔던 브랜드들의 깊은 고민이 시작됐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