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상용차 이미지는 옛말, 이제는 레저용 패밀리카로 진화 중인 국산 픽업트럭.
기아 타스만과 KGM 무쏘의 등장으로 시장 경쟁이 본격화됐다.
‘SUV 천하’라는 말도 옛말이 될지 모른다.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캠핑, 차박 등 야외 활동이 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국산 픽업트럭’이 있다. 불과 1년 만에 판매량이 80% 가까이 급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단순히 짐차로 여겨지던 픽업트럭이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의 판도를 바꾼 기아의 신차 출시, 기존 강자의 반격,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그 비밀을 파헤쳐 본다.
타스만, 시장의 판을 뒤흔들다
최근 픽업트럭 시장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기아 ‘타스만’이다. 기아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정통 픽업트럭이라는 상징성만으로도 출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타스만은 2.5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281마력의 강력한 힘을 자랑하며, 최대 3,500kg에 달하는 견인 능력으로 레저 활동에 최적화된 성능을 갖췄다.
하지만 타스만의 진짜 성공 비결은 ‘공간’에 있다. 동급 최초로 적용된 2열 슬라이딩 리클라이닝 시트는 픽업트럭의 고질적인 단점이던 2열 거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는 픽업트럭을 단순한 레저용 차량이 아닌, 평일에는 출퇴근용으로,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패밀리카로 활용하려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꿰뚫은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KGM의 맞불, 선택지를 넓히다
기아의 공세에 맞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전통 강자인 KGM(구 쌍용차)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KGM은 국내 최초의 전기 픽업트럭 ‘무쏘 EV’를 선보이며 친환경차 시장까지 전선을 넓혔다. 80.6kWh 용량의 LFP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최대 400km 주행이 가능하며, 보조금을 적용하면 3천만 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여기에 상품성을 개선한 신형 무쏘(Q300)까지 투입하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디젤과 가솔린 엔진을 모두 제공하고 시작 가격을 2,900만 원대로 낮춰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한다. 다양한 파워트레인과 가격대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 KGM의 전략은 출시 직후 높은 판매량으로 이어지며 타스만과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짐차에서 라이프스타일 동반자로
최신 픽업트럭의 실내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12.3인치 대화면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서라운드 뷰 모니터,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고급 SUV 못지않은 편의 및 안전 사양이 대거 탑재되고 있다. 과거의 투박하고 거친 상용차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승차감과 정숙성 또한 크게 개선되어 도심 주행의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최대 700kg이 넘는 적재 능력과 험로 주파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일상 주행의 편안함까지 확보한 것이다. 이제 픽업트럭은 더 이상 특정 마니아층의 전유물이 아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만족시키는 다목적 차량으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솔린부터 디젤, 전기차까지 선택지가 다양해진 만큼 국산 픽업트럭 시장의 성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