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쉐보레 실버라도·GMC 시에라 증산 돌입하며 포드 F시리즈와 정면 승부 예고
고유가 시대에도 식지 않는 인기, 연 30만 대 생산 체제로 북미 시장 점유율 경쟁 본격화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즘, 연비 나쁜 차는 외면받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장이 있다. 바로 미국 대형 픽업트럭 시장이다. 오히려 수요가 폭발하며 제조사들이 공장을 쉴 새 없이 돌리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시간주 플린트 조립 공장을 6월부터 주 6일 가동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GM이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이는 내연기관 픽업트럭 생산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압도적인 수익성, 식지 않는 수요, 그리고 라이벌 포드와의 자존심 싸움이 자리 잡고 있다.
전기차 투자금 마련하는 확실한 수익원
GM에게 쉐보레 실버라도와 GMC 시에라 같은 대형 픽업트럭은 단순히 잘 팔리는 차가 아니다. 브랜드의 수익성을 책임지는 핵심 모델이다. 기본 가격이 5만 달러에서 시작해 고급 트림은 10만 달러를 훌쩍 넘기며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다.
수조 원대 투자가 필요한 전기차 개발과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서, GM은 확실한 ‘캐시카우’를 확보해야만 한다. 픽업트럭 생산 확대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뒷받침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GM의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연간 30만 대 생산 체제 구축
현재 플린트 공장은 3교대 근무로 하루 약 1,100대의 픽업트럭을 생산 중이다. 여기에 토요일 특근까지 더해지는 주 6일 체제로 전환되면 생산량은 극대화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연간 4만~5만 대의 추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연 26만 대 수준이던 생산량이 최대 30만 대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GM은 이를 통해 북미 시장의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만들어 내는 족족 팔려나가는 상황에서 생산을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포드와 벌이는 점유율 전쟁
GM의 이번 결정은 ‘미국 픽업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포드 F시리즈를 정조준한 것이기도 하다. 포드 F시리즈는 수십 년간 미국 판매량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최근 부품 수급 문제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GM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점유율을 뺏어오겠다는 계산이다. 물론 포드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켄터키 공장의 슈퍼듀티 모델 생산을 늘리고 여름 휴가 기간까지 줄여가며 맞불을 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양사의 증산 경쟁으로 북미 픽업트럭 시장의 패권 다툼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픽업트럭 수요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GM의 판단이다. 건설, 농업 등 상업용 수요가 탄탄하고, 레저용 패밀리카로의 인기도 꾸준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인 대형 픽업 시장을 둘러싼 두 거인의 경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