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산 SUV 시장을 양분하던 라이벌의 엇갈린 운명.

단순히 디자인 호불호 문제만은 아니었다.



2026년 5월, 국내 중형 SUV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때 왕좌를 두고 다투던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쏘렌토가 1만 2,078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전체 승용차 1위에 오르는 동안, 싼타페는 3,900대 판매에 그쳤다. 무려 3배가 넘는 격차다.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와 하이브리드 모델 공급 문제, 그리고 달라진 소비자 선택 기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한다. 대체 두 라이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신형 싼타페는 출시 초기 넓은 실내 공간과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차박과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시장의 최종 평가는 판매량으로 나타났다.



호평받은 상품성, 왜 디자인 앞에서 무너졌나



결정적인 차이는 익숙함과 새로움의 경계에서 발생했다. 쏘렌토가 기존 SUV의 안정적인 비율을 유지하며 세련미를 더하는 방향을 택한 반면, 싼타페는 직선을 강조한 박스형 차체와 독특한 후면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러한 시도는 ‘미래지향적’이라는 평가와 ‘호불호가 너무 강하다’는 평가를 동시에 낳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보면 볼수록 매력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뒷모습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결국 대중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다수 소비자의 표심이 쏘렌토로 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폭발적 수요,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왜 외면받았나





디자인이 전부는 아니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자동차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하이브리드’다. 높은 연비와 정숙성을 원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는 신차 판매량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

이 지점에서 두 모델의 운명이 다시 한번 갈렸다. 쏘렌토는 안정적인 하이브리드 공급망을 구축해 계약 후 출고까지 대기 기간을 꾸준히 단축해왔다. 반면 싼타페는 출시 초기부터 하이브리드 모델의 생산 차질과 긴 출고 대기 문제에 발목을 잡혔다. “지금 계약해도 내년에나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기다림에 지친 소비자들이 대거 쏘렌토로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빠른 출고가 중요한 법인 차량이나 패밀리카 교체를 앞둔 소비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물론 싼타페의 상품성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2열과 3열 공간 활용성이나 승차감 개선 측면에서는 쏘렌토보다 낫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패밀리카 구매를 앞두고 두 모델 사이에서 마지막까지 저울질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은 이유다.

하지만 시장은 결국 디자인의 대중성, 브랜드 선호도, 그리고 원하는 모델을 제때 받을 수 있는 ‘공급 안정성’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향후 연식 변경이나 부분 변경 모델을 통해 디자인을 일부 수정하고, 하이브리드 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당분간 쏘렌토의 독주 체제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