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이후 첫 연간 순손실 기록, 전기차 투자 실패가 불러온 거대한 파장
결국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재편되는 북미 공장, 새로운 전략의 구체적 내용은
따스한 5월, 자동차 시장에 예상치 못한 방향 전환 소식이 전해졌다. 한때 전동화에 가장 적극적이던 혼다가 돌연 전기차(EV) 중심 전략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투자 실패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하이브리드 시장의 재평가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한다. 과연 혼다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일까.
혼다는 최근 차세대 하이브리드 세단 프로토타입과 프리미엄 브랜드 아큐라의 하이브리드 SUV 콘셉트를 공개하며 전략 수정을 공식화했다. 공개된 세단은 사실상 차세대 어코드로, SUV는 단종 예정인 아큐라 RDX의 후속으로 지목된다.
두 모델 모두 순수 전기차가 아닌 차세대 하이브리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 전략 자체가 완전히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예상보다 더뎠던 전기차 시대, 10조원 손실의 대가
이러한 급격한 선회 뒤에는 대규모 EV 투자 실패라는 뼈아픈 경험이 있다. 혼다는 EV 프로젝트 구조조정과 취소 과정에서 약 1조 5700억 엔(한화 약 14조 원) 규모의 손실을 반영해야 했다. 결국 1957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순손실을 기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투자 방향도 완전히 바뀌었다. 혼다는 2029년까지 총 6조 2000억 엔(약 39조 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이 중 4조 4000억 엔을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집중한다. 반면 순수 전기차 투자 규모는 8000억 엔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결국 해답은 하이브리드, 생산 체계까지 바꾼다
그렇다면 혼다의 새로운 하이브리드 전략은 무엇일까. 혼다는 2027년부터 새로운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비는 2023년 모델 대비 10% 이상 개선하고, 생산 비용은 약 30% 절감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북미 전략 역시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간다. 미국 오하이오 공장은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생산 중심으로 재편되며, 미국 내 모든 공장이 하이브리드 생산 대응 체제로 전환된다. 심지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 공장 역시 일부 라인을 하이브리드용 배터리 생산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만약 지금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면, 앞으로 더 경쟁력 있는 모델을 만나볼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다.
혼다의 선회가 보여주는 것, 글로벌 시장의 현실
혼다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전략 수정을 넘어선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느려지자,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현실적인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혼다 역시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업체 플랫폼을 활용한 모델 개발에, 일본 내수 시장에서는 경형 EV와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을 이어가는 등 지역별 맞춤 대응에 나선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때 전기차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던 브랜드들도 최근에는 수익성과 시장 현실을 고려해 하이브리드 비중을 키우고 있다”며 “혼다의 전략 변화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현재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