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속 글로벌 완성차 업계 지각변동 예고
전고체 배터리, 기가캐스팅 등 핵심 신기술의 향방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흐름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하던 토요타가 내부적으로 ‘전동화 전략’의 속도 조절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수익성’ 문제와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심 차게 준비하던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토요타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신차 하나를 포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차세대 플랫폼과 생산 방식, 그리고 미래 배터리 기술의 상용화 시점까지 모두 다시 검토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주춤하면서 글로벌 제조사들이 겪는 고민의 단면을 보여준다.
BMW와 경쟁하려던 계획, 왜 백지화됐나
예상치 못한 소식이었을까. 토요타가 렉서스 브랜드를 통해 선보이려던 차세대 전기 세단 ‘LF-ZC’의 양산 계획이 최종 철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모델은 2023년 콘셉트카 공개 당시, BMW의 차세대 전기 세단과 직접 경쟁할 핵심 차종으로 지목되며 큰 기대를 모았다.
당초 생산 시점은 2025년이었으나 한 차례 2027년으로 연기된 바 있다. 결국 프로젝트는 백지화됐다.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물론, 전고체 배터리와 기가캐스팅 같은 혁신 기술을 대거 탑재할 예정이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수익성 앞세운 토요타, 세단 대신 SUV 택했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다. 토요타가 LF-ZC 프로젝트를 중단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시장성의 변화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무게 중심이 세단에서 SUV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전기차 시장 역시 넓은 공간과 실용성을 앞세운 SUV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토요타는 세단 모델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 개발 역량을 SUV 라인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다행히 LF-ZC를 통해 개발하던 전고체 배터리와 기가캐스팅 기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혁신 기술들은 향후 출시될 렉서스의 전기 SUV 모델에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시장 냉각기, 토요타만의 고민 아니다
토요타의 전략 수정이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토요타의 전기차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약 42% 증가한 19만 대 이상을 판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 세웠던 공격적인 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은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유럽의 환경 규제 변화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늘어났다. 혼다를 비롯한 다른 글로벌 제조사들 역시 전기차 개발 계획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금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런 제조사들의 전략 변화가 향후 차량 가치나 신차 출시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물론 렉서스가 전기차 개발을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의 상징이 될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카 개발은 계속 진행 중이다. 과거 전설적인 슈퍼카 LFA의 계보를 잇는 모델로 알려져, 또 다른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