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북미 패밀리 SUV 시장의 선택 기준이 바뀌었다.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
북미 자동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감지됐다. 전통의 강자로 군림하던 특정 모델들의 판매량이 급감하는 사이,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가 등장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핵심 키워드는 북미 시장, 하이브리드, 그리고 패밀리 SUV다.
특히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연 미국 아빠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차는 무엇일까?
그 주인공은 일본 마쓰다의 중형 SUV ‘CX-50’이다. 마쓰다 북미 법인 발표에 따르면, CX-50은 지난 5월 한 달간 미국에서만 14,897대가 팔려나갔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판매량(7,188대)과 비교해 무려 107.2%나 급증한 수치다. 이 놀라운 성장의 배경에는 단연 하이브리드 트림의 경제성이 자리 잡고 있다.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북미 소비자들은 더 이상 대배기량 가솔린 모델을 고집하지 않는다. 유지비 부담이 적고 실용적인 친환경차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연비는 패밀리카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요소가 됐다.
왜 익숙한 CX-5 대신 CX-50을 선택했을까
흥미로운 점은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친환경 파워트레인의 유무가 판매량을 갈랐다는 사실이다. 기존 마쓰다의 주력 SUV였던 ‘CX-5’는 지난달 7,805대 판매에 그치며 전년 대비 17.9%나 판매량이 줄었다. 뚜렷한 하락세다.
반면 CX-50은 달랐다. 아웃도어 활동에 어울리는 강인한 이미지와 넉넉한 2열 및 트렁크 공간을 갖춘 이 모델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무기로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대기 수요까지 빠르게 흡수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패밀리카를 고르는 기준이 브랜드 인지도에서 실질적인 연비와 다목적 활용성으로 이동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하이브리드 심장 단 SUV, 싼타페의 진짜 경쟁 상대
북미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현대차와 기아에게도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미국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싼타페와 쏘렌토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이 판매 실적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마쓰다의 사례는 후발주자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기에 맞춰 내놓는다면 언제든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국내 제조사들 역시 북미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해 현지 전략 모델의 상품성 개선과 가격 정책을 더욱 공격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파워트레인 경쟁을 넘어, 현지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가치를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
결국 중형 SUV 시장의 주도권은 화려한 디자인을 넘어, 합리적인 연료비와 실용적인 공간, 그리고 안전성을 모두 갖춘 패키지 경쟁력에서 갈릴 전망이다. 평일 출퇴근과 주말 가족 나들이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입장에서 연료비 부담은 차량 선택의 가장 현실적인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