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재미 위해 기계식 포기한 페라리, 시동 꺼짐까지 재현했다

전 세계 1,499대 한정 생산…가격은 10억 원 육박



페라리가 14년 만에 수동변속기 모델을 부활시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강력한 V12 엔진의 감성은 그대로 살리면서 운전자가 직접 제어하는 즐거움을 되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과거로의 단순한 회귀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기술적 접근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신차의 이름은 ‘12칠린드리 마누알레’. 실내에는 페라리의 상징과도 같은 알루미늄 게이트식 변속기와 3개의 페달이 완벽하게 구현됐다. 센터 콘솔 역시 운전자가 변속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새롭게 설계됐다.

클러치 밟아도 기계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겉모습과 달리 이 차의 핵심은 ‘마누알레 바이 와이어(Manuale By-Wire)’ 시스템이다. 운전자가 클러치를 밟고 기어 노브를 조작해도, 과거처럼 변속기와 기계적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대신 센서가 운전자의 조작을 감지해 전자 신호로 변환,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CT)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페라리는 실제 수동변속기의 감각을 재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변속 시 느껴지는 저항감과 동기화 과정, 클러치가 맞물리는 감각까지 정교하게 구현했다. 덕분에 운전자는 전자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

실수하면 시동 꺼지는 현상까지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운전의 ‘불편함’까지 그대로 살렸다는 사실이다. 운전자가 클러치 조작을 잘못하면 실제 수동 차량처럼 시동이 꺼지거나 차가 울컥거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부분이다.

물론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엔진 회전수를 무시한 무리한 다운시프트는 시스템이 자동으로 차단해 819마력짜리 V12 엔진을 보호한다. 평상시에는 자동변속기처럼 주행할 수도 있으며, 런치 컨트롤 역시 기존 DCT 시스템이 담당한다.

파워트레인은 기존 12칠린드리 모델과 동일하다. 6.5리터 자연흡기 V12 엔진은 최고출력 819마력, 최대토크 69.1kg·m의 강력한 성능을 뿜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단 2.9초가 걸리며, 최고속도는 시속 340km를 넘어선다.



이 특별한 페라리는 전 세계 1,499대만 한정 생산된다. 유럽 시작 가격은 59만 유로, 한화로 약 10억 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표가 붙었다. 페라리는 이미 대부분의 물량이 계약 완료됐다고 밝혔으며, 차량 인도는 2027년 초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