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통 벤틀리의 첫 전기 SUV, ‘토르칼’ 9월 전격 공개

벤테이가와 다른 길…포르쉐와 공유하는 기술적 핵심은

벤틀리 EXP 15 콘셉트
100년 전통의 영국 럭셔리카 제조사 벤틀리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를 선보인다. 이번 신차는 벤틀리가 수정한 ‘전동화 전략’의 첫 결과물이다. 파격적인 가격 책정과 핵심적인 ‘기술 공유’가 성공의 열쇠로 꼽힌다. 오는 9월 23일, 벤틀리의 첫 전기 SUV ‘토르칼(Torcal)’이 런던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벤틀리 EXP 15 콘셉트

벤테이가와는 다른 길을 선택한 배경

토르칼은 기존 라인업과 겹치지 않는 새로운 시장을 공략한다. 이 5m 길이의 SUV는 벤틀리의 주력 SUV인 벤테이가의 바로 아래 등급에 자리 잡는다. 벤테이가를 대체하는 모델이 아닌, 전동화 시대에 맞춰 새롭게 투입되는 라인업이다.

이름은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석회암 지대 ‘엘 토르칼 데 안테케라’에서 따왔다. 동시에 ‘비틀다’는 의미의 라틴어 ‘토르퀘레’에서 파생된 단어로,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 ‘토크(Torque)’의 어원이기도 하다. 외관은 지난해 공개된 콘셉트카 ‘EXP 15’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계승해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완성했다.
벤틀리 EXP 15 콘셉트

속도 조절에 나선 벤틀리의 전동화 전략

경쟁사들과의 흐름은 사뭇 다르다. 당초 벤틀리는 2030년까지 전 라인업의 전동화를 공언했지만, 글로벌 럭셔리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에 따라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토르칼의 출시 역시 1년가량 연기됐다.

새로운 전략은 속도 조절이다. 벤틀리는 2035년까지 매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나 순수 전기차(BEV)를 순차적으로 선보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애스턴마틴, 람보르기니 등 경쟁사들이 전동화 전환을 늦추는 사이, 벤틀리는 이 가격대에서 가장 먼저 초럭셔리 전기 SUV를 출시하며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린다.
벤틀리 EXP 15 콘셉트

3억 5천만원 가격표 뒤에 숨은 포르쉐의 기술



토르칼의 예상 시작 가격은 약 17만 파운드, 한화로 3억 4800만원 수준이다. 이는 BMW iX 같은 프리미엄 전기 SUV와 롤스로이스 스펙터 같은 최고급 모델 사이의 빈틈을 정확히 파고드는 가격대다. 시장에서는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이 직접적인 경쟁자로 꼽힌다.

이러한 가격 책정의 배경에는 폭스바겐 그룹 내 기술 공유가 있다. 토르칼은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과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PPE’를 공유한다. 113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483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벤틀리 측은 “고객들은 483~563km의 주행거리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며, 그 이상은 개인용 제트기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최대 390kW급 초급속 충전을 지원해 10%에서 80%까지 단 16분 만에 충전한다. 포르쉐의 듀얼 모터 사륜구동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지만, 1140마력에 달하는 카이엔 터보 수준보다는 657마력의 카이엔 S 수준으로 출력을 조율해 벤틀리 고유의 우아한 주행 질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벤틀리 EXP 15 콘셉트

엔진 사운드 없는 벤틀리의 새로운 도전

토르칼의 등장은 영국 자동차 산업에도 중요한 이정표다. 영국에서 생산되는 양산형 전기차는 기존 2종에서 5종으로 늘어난다. 벤틀리가 내연기관의 V8, W12 엔진 사운드 없이 전기차의 정숙함을 어떻게 채울지도 관심사다.

프랭크 슈테판 발리저 벤틀리 CEO는 “영혼이 담긴 사운드트랙은 벤틀리를 정의하는 중요한 특성”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가상 사운드 시스템 도입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부분이다. 벤틀리는 9월 공식 데뷔 전까지 세부 정보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벤틀리 EXP 15 콘셉트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