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시절 주인공 발탁됐지만 2회 만에 하차 통보
가족에겐 차마 말 못 하고 3개월간 출근하는 척…그가 겪은 연예계의 그림자
사진=유튜브 ‘짠한형 신동엽’ 캡처
배우 지진희가 무명 시절 겪었던 가슴 아픈 일화를 공개해 이목이 쏠린다. 신인에게는 기적과도 같았던 드라마 주인공 자리가 한순간에 사라진 배경에는 ‘주인공 교체’와 특정 ‘소속사’의 힘, 그리고 당시 업계의 부조리한 ‘관행’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가족의 자랑이었던 아들은 하루아침에 촬영장으로 향하는 척 연기를 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 이야기는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짠한형 신동엽’을 통해 전해졌다.
2회 촬영 마쳤는데 감독은 왜 침묵했나
상황은 이랬다. 지진희는 “신인 때 드라마 주인공으로 들어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운 좋게 찾아온 기회에 들떴던 마음을 전했다. 집에 돌아가 장편 드라마 주인공이 됐다고 자랑했고, 가족 모두가 기뻐했다.
그는 2회 분량 촬영을 마칠 때까지 새벽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에도 피곤한 줄 몰랐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감독에게 호출을 받았다. 매니저와 함께 찾아간 자리에서 감독은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침묵만 지켰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사진=유튜브 ‘짠한형 신동엽’ 캡처
주인공 교체와 함께 작동한 소속사의 힘
문제의 발단은 여자 주인공이 교체되면서 시작됐다. 새로 합류한 여배우 측 소속사가 자사의 다른 남자 배우를 남자 주인공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이는 당시 연예계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던 ‘끼워팔기’ 관행이었다. 지진희는 “당시엔 흔한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감독의 사무실에서 나온 매니저는 지진희를 붙잡고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견뎌야 한다. 감독님이 지금 하는 이야기는 너를 뺀다는 이야기”라고 말하며 가혹한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신인 배우와 그의 매니저가 거대 기획사의 힘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낮의 소주 20병 그리고 3개월의 거짓말
사진=유튜브 ‘짠한형 신동엽’ 캡처
모든 것이 결정된 후, 지진희와 매니저는 무력감에 빠져 카페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는 “둘이서 대낮에 소주 20병을 마셨다”며 당시의 참담했던 심정을 고백했다.
진짜 고통은 그 이후에 찾아왔다. 이미 동네방네 아들이 드라마 주인공이 됐다고 자랑한 어머니에게 하차 소식을 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집에 들어가서 잘렸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며 “할 일도 없는데 2~3개월 동안 매일 촬영을 나가는 척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사실을 고백한 날, 어머니의 반응은 그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엄마, 저 방송 안 나와요. 잘렸어요”라고 말하자, 어머니는 아들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뒤돌아서서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것이 느껴졌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가 하차한 드라마는 방영 후 엄청난 인기를 끌며 성공했다.
이처럼 씁쓸한 과거를 딛고 일어선 지진희는 1999년 데뷔 이래 ‘대장금’, ‘동이’, ‘결혼 못하는 남자’ 등 굵직한 작품에서 주연을 맡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힘든 신인 시절을 견뎌냈기에 지금의 그가 있다는 사실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사진=유튜브 ‘짠한형 신동엽’ 캡처
사진=유튜브 ‘짠한형 신동엽’ 캡처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