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처음으로 현대차·제네시스 합산 실적 넘어선 기아, SUV 라인업이 이끈 반전

미국과 유럽에서도 엇갈린 희비, 두 브랜드의 판매 전략 차이 살펴보니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전통적인 서열이 흔들리고 있다. ‘아우’로 여겨지던 기아가 ‘형님’인 현대자동차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합친 판매량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각 변동의 배경에는 기아의 주력 상품인 SUV 라인업의 힘과 현대차와는 다른 판매 전략, 그리고 해외 시장에서의 엇갈린 성적표가 자리 잡고 있다. 만약 올해 상반기 차를 구매했다면, 기아 전시장을 둘러봤을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 실적은 단순히 신차 효과를 넘어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쏘렌토 앞세운 SUV 전략이 통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기아의 국내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26만 8,868대에 달했다. 이는 기아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상반기 기록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21만 7,962대, 제네시스는 4만 7,824대를 기록했다. 두 브랜드를 합친 26만 5,786대보다 기아가 3,082대 더 많이 판 것이다.

반기 기준으로 기아가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합산 실적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실적을 견인한 것은 단연 SUV와 RV 모델이었다. 쏘렌토는 상반기에만 5만 6,367대가 팔리며 전체 1위에 올랐고, 스포티지(3만 1,994대)와 카니발(3만 1,143대) 역시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판매량 상위 5개 모델 중 3개가 기아 차량이었던 셈이다.

해외 시장에서도 희비가 엇갈린 이유





이러한 흐름은 해외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고 상반기 판매량인 43만 727대를 기록했다. 특히 대형 SUV 텔루라이드는 상반기에만 7만 3,602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다.

유럽 시장에서는 두 브랜드의 격차가 더욱 뚜렷했다. 지난 5월 기아는 유럽에서 4만 9,382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14.9% 성장했다. 반면 현대차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3만 7,062대로 18.8%나 감소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프리미엄과 대중화, 판매 전략이 달랐다





업계에서는 두 브랜드의 제품 전략 차이가 판매량 격차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현대차가 제네시스와 아이오닉 등 프리미엄 및 고가 전기차 시장 개척에 집중하는 동안, 기아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SUV와 RV 라인업을 꾸준히 강화했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접근법이 달랐다. 기아는 EV3와 EV4처럼 상대적으로 가격 장벽이 낮은 대중적인 전기차 모델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러한 전략이 고금리 시대에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을 덜어주며 판매 확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기아는 판매가 부진했던 대형 세단 K9의 생산을 중단하고, 앞으로도 SUV와 전기차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물론 현대차 역시 신형 아반떼와 제네시스 GV90 등 신차를 통해 하반기 반격을 준비하고 있어, 두 브랜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혜지 기자 seo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