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13배 격차 벌어진 상용 전기차 시장, 단순 가격 문제가 아니었다
실구매가 1400만원 차이에 주행거리, 안전성까지… 소상공인 선택 가른 결정적 이유들
국내 목적 기반 차량(PBV), 즉 상용차 시장의 지형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특히 전동화 모델 시장에서 두 경쟁자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기아 PV5가 압도적인 판매량으로 시장을 장악한 반면, 현대차 ST1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러한 판매량 격차 뒤에는 실구매가, 운행 효율성, 그리고 안전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매일 비용과 효율을 따져야 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선택이 한쪽으로 쏠리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1400만원 차이, 실구매가가 갈랐다
판매량 차이의 가장 큰 원인은 초기 구매 비용에서 드러난다. 올해 1분기 국내 PBV 기반 신차 등록 대수 8,163대 중 기아 PV5는 7,568대를 차지하며 92.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대차 ST1은 595대에 그쳤다. 무려 13배에 달하는 차이다.
기아 PV5 카고 기본형의 출고가는 4,200만원이지만, 국고 보조금 1,000만원과 지자체 보조금(서울시 기준 350만원)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약 2,850만원까지 내려간다. 반면 현대차 ST1 카고 기본형은 5,874만원에서 보조금을 받아도 약 4,264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두 모델의 최종 가격표는 약 1,414만원의 차이를 보인다.
매달 고정 지출을 계산해야 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 1400만원이 넘는 초기 비용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이는 곧장 판매 실적으로 연결됐다.
가격만 싼 게 아니었던 운행 효율성
단순히 가격만 저렴한 것이 아니었다. 기아 PV5는 운행 효율성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특히 71.2kWh 배터리를 장착한 PV5 롱레인지 모델은 복합 주행거리 377km를 인증받아 장거리 운행 부담을 크게 줄였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차 ST1의 배터리 용량이 76.1kWh로 더 큼에도 불구하고 주행거리는 317km에 그친다는 사실이다. PV5가 약 60km를 더 멀리 갈 수 있는 셈이다. PV5 롱레인지 모델의 실구매가가 약 2,925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안전성과 확장성까지 고려한 선택
안전성 역시 중요한 구매 포인트로 작용했다. PV5는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인 유로 NCAP 상용 밴 부문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획득하며 안정성을 입증했다.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7개의 에어백과 전방 충돌방지 보조 등 첨단 안전 사양을 기본 탑재한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기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특장차 라인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냉동·냉장 탑차 시험 차량이 포착됐으며, 내장탑 3종과 냉동탑 2종을 포함한 총 5가지 모델 출시를 예고했다. 이는 다양한 산업 현장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PV5의 활용도를 더욱 높일 전망이다.
이처럼 PV5는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주행거리, 검증된 안전성을 바탕으로 국내 전동화 상용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