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평 속 계약 마감된 페라리 첫 전기차, 그 뒤엔 예상 밖의 고객층이 있었다

애플 출신 디자이너의 파격, 기존 공식 깨고 새로운 수요 창출한 배경은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가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공개 직후 쏟아진 혹평과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불과 두 달 만에 올해 판매 목표를 모두 채우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흔들었다는 비판까지 나왔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번 성공의 배경에는 파격적인 ‘디자인’, 시장의 냉정한 ‘주가 반응’, 그리고 이를 뒤집은 ‘계약 완판’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얽혀있다. 전통적인 슈퍼카 공식을 따르지 않은 선택이 오히려 새로운 시장을 열어젖힌 셈이다.

상황은 공개 직후 매우 비관적이었다.



주가는 하락했지만 계약서는 쌓였다



첫 순수 전기차의 실물이 공개되자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공개 다음 거래일 페라리 주가는 8% 넘게 급락하며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심지어 일부 전직 경영진 사이에서도 “브랜드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실제 판매 실적은 주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55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9억 2천만 원부터 시작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연간 목표였던 500대에 가까운 계약이 두 달 만에 완료된 것이다. 9억 원이 넘는 슈퍼카를 선뜻 계약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결정이 아니다.



파격적인 디자인이 새로운 고객을 불렀다



논란의 중심에는 애플 출신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참여한 외관 디자인이 있었다. 기존 페라리의 날렵하고 공격적인 이미지 대신, 둥글고 단단한 형태를 채택한 것이 문제였다. 이 낯선 실루엣이 혹평의 주된 원인이었다.

역설적으로 이 파격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 과시적인 디자인에 피로감을 느낀 중국의 신흥 부유층이 바로 이 절제된 디자인에 열광한 것이다. 전통적인 고객층 대신, 절제된 취향을 가진 새로운 부유층이 페라리의 전기차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성능 역시 타협하지 않았다. 4개의 모터가 각 바퀴를 독립적으로 구동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5초 만에 도달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310km를 넘으며, 122kWh 배터리로 53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800V 아키텍처와 350kW급 급속 충전 기능도 갖췄다.

페라리는 2030년까지 이 모델을 누적 2,500대가량 판매할 계획이다. 고객 인도는 올해 말 유럽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아직 국내 출시 일정과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