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표명 안 하면 골치 아파지는 분위기”... 당시 연예인들이 겪어야 했던 압박

“요즘 아이돌은 우리가 길 닦아놓은 것”... 이혜영의 농담에 담긴 씁쓸한 진실

SBS ‘김정은의 초콜릿’ 방송 화면. 유튜브 채널 ‘혜영이는 못말려’ 영상 캡처.
SBS ‘김정은의 초콜릿’ 방송 화면. 유튜브 채널 ‘혜영이는 못말려’ 영상 캡처.


배우 김정은이 과거 연인 이서진과의 결별을 방송에서 직접 언급해야 했던 속내를 16년 만에 털어놨다. 그는 동료 이혜영과 함께한 자리에서 당시 분위기를 ‘총알받이’, ‘야만의 시대’와 같았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최근 유튜브 채널 ‘혜영이는 못 말려’에 출연해 과거 연예인들이 사적인 아픔을 어떻게 감내해야 했는지 담담히 이야기했다. 이들의 고백은 연예인의 사생활을 대하는 미디어와 대중의 시선이 지금과 얼마나 달랐는지를 보여준다.

당시에는 결별이나 이혼 후 방송에 복귀하려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졌다.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보이거나 사과를 해야 했던 배경에는 복잡한 상황이 얽혀 있었다.

유튜브 채널 ‘혜영이는 못말려’ 영상 캡처.
유튜브 채널 ‘혜영이는 못말려’ 영상 캡처.


원래는 말 안 하려 했다 눈물의 방송 그날의 진실



2008년, 김정은은 자신이 진행하던 SBS ‘김정은의 초콜릿’에서 연인 이서진과의 결별 심경을 밝히다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은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정작 본인은 방송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김정은은 “방송국 밖에 기자들이 너무 많이 대기하고 있었다”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면 일이 더 복잡해지는 분위기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사실 얼마든지 피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러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이혜영 역시 “그때는 방송국에서 입장 표명을 안 하면 큰일 나는 줄 알던 시대였다”고 공감했다. 결혼한 사이도 아닌 연인의 결별 소식에 온 미디어의 이목이 쏠렸던 시절이다.

나 때문에 모두가 멈췄다 책임감이 만든 총알받이



단순히 기자들의 압박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자신 때문에 프로그램 전체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책임감이 이들을 짓눌렀다.

김정은은 “다른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신경 쓰였다”고 밝혔다. 이혜영도 이혼 후 KBS ‘여걸식스’ 복귀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예능국 부장으로부터 “모두가 있을 때 사과하고 입장을 밝히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는 방송 활동을 계속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김정은은 “‘나 때문에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멈춰 있다.
내가 다 해결하겠다’는 식의 총알받이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원치 않는 상황에서 주변을 위해 억지로 해명해야 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혜영은 “요즘 아이돌은 우리가 다 길을 닦아 놓은 것”이라며 씁쓸한 농담을 던졌다. 이들의 대화를 본 네티즌들은 “정말 야만의 시대였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과거 연예인들이 겪었을 고충에 공감했다.

실제로 2006년 SBS 드라마 ‘연인’에서 만나 2년간 공개 열애를 했던 김정은과 이서진의 결별은 당시 큰 화제였다. 사생활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지금, 이들의 고백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조선미 기자 jsmg@news-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