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속도 경쟁 대신 아날로그 감성에 집중한 헤네시의 세 번째 하이퍼카, 블랙버드.

전 세계 71대 한정 생산, 그 독특한 설계 철학 뒤에 숨겨진 진짜 목표가 드러났다.

헤네시 블랙버드 실내
미국의 고성능 자동차 전문 기업 헤네시가 세 번째 하이퍼카 ‘블랙버드’를 공개했다. 베놈 GT와 F5를 통해 최고 속도 경쟁에 몰두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신차의 핵심은 전동화가 아닌 850마력 V8 자연흡기 엔진과 수동 변속기다.

가격은 무려 250만 달러(약 35억 7,0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최신 하이퍼카 시장의 흐름과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파격적인 구성 뒤에는 헤네시의 명확한 목표가 숨어있다.
헤네시 블랙버드

화면 대신 9000rpm 아날로그 계기판을 택한 이유

요즘 출시되는 고성능 차량 실내는 대형 스크린으로 가득 차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블랙버드는 인포테인먼트 화면과 디지털 계기판을 과감히 제거했다. 스티어링 휠 버튼조차 없다.


대신 운전자 눈앞에는 9,000rpm까지 치솟는 엔진 회전수를 보여주는 대형 아날로그 타코미터가 자리한다. 물리적인 키로 시동을 걸고, 게이트식 수동변속기를 직접 조작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극대화한 설계다. 내비게이션 등은 전용 홀더에 운전자의 스마트폰을 거치해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터보차저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배제된 자연흡기 엔진과 맞물려 운전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되살리려는 의도다. 즉각적인 스로틀 반응과 선형적인 출력, 그리고 기계 본연의 사운드를 통해 운전자와의 교감을 최우선으로 삼은 것이다.

헤네시 블랙버드

35억짜리 차로 1200km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블랙버드는 단순히 트랙 주행에만 초점을 맞춘 차가 아니다. 하루에 800마일, 약 1,287km 이상을 편안하게 주행하는 ‘투어링 하이퍼카’를 목표로 개발됐다. 차량의 이름과 디자인 영감이 된 초음속 정찰기 SR-71 블랙버드처럼 장거리 운행 능력을 갖춘 셈이다.

이를 위해 기존 모델인 베놈 F5보다 넓은 실내 공간과 시야를 확보했다. 전면 트렁크에는 대형 기내용 가방 두 개를 실을 수 있고, 실내에도 총 4개의 컵홀더와 추가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어댑티브 서스펜션은 장거리 주행의 안락함과 와인딩 로드에서의 주행 성능을 모두 만족시키도록 설계됐다.
헤네시 블랙버드 실내

전 세계 71대, 이미 3분의 2는 주인이 정해졌다



헤네시 블랙버드는 전 세계 71대만 한정 생산된다. 희소성은 그 가치를 더욱 높이는 요소다. 공식 공개 시점에 이미 전체 생산 물량의 3분의 2 이상이 배정된 상태로 알려졌다.

차량 생산은 2029년부터 시작될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전동화와 자동화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순수한 내연기관의 감성과 수동 조작의 즐거움을 원하는 수집가들의 수요를 정확히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헤네시 블랙버드 정면
블랙버드는 단순히 빠른 차를 넘어, 사라져가는 가치를 보존하려는 헤네시의 철학을 담은 모델이다. 아날로그 감성과 장거리 주행 편의성이라는 독특한 조합은 하이퍼카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헤네시 블랙버드 측면
헤네시 블랙버드 후면
헤네시 블랙버드
헤네시 블랙버드 후측


오종학 기자 fivejh@news-wa.com